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탑재 메모리 HBM-PIM.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탑재 메모리 HBM-PIM. 출처= 삼성전자

팬데믹의 위기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일궈냈던 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리스크 앞에서주춤했다. 삼성전자는 7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 대비로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23.4% 감소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 매출은 2.73% 증가, 영업이익은 31.73% 감소했다. 최소한 전년 대비로 영업이익의 성장 추세를 오랫동안 이어오던 긍정적인 흐름은 이번 3분기에서 멈췄다.

투자업계에서는 “예상대로”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의 컨센서스(예상치)는 매출 76조7000억원(-1% QoQ, +4% YoY), 영업이익 11조4000억원(-19% QoQ, -28% YoY) 수준이었다.

출처= 삼성전자
출처= 삼성전자

이러한 예상의 배경에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있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에서 “SDC(디스플레이)와 MX(모바일) 사업부문은 성수기 효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증가할 것이나,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급락으로 인해 반도체 사업부문의 실적은 부진할 것이며 이는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추후 발표될 3분기 확정 실적에서 공개될 주요 사업부문 실적이 확인된 이후에야 삼성전자의 실적에 대해서는 더 정확한 분석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정황을 고려하면 3분기의 부진은 메모리반도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올 한 해 동안 메모리반도체의 거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D램에 한정됐던 가격 하락세가 낸드플래시에서도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업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가 전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의 주된 원인은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이다. 그렇기에 업계 일각에서는 주요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의도적인 제품 감산(減産)을 단행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측은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사하면서 업계와 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 출처= 삼성전자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 출처= 삼성전자

지난 5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메모리반도체 감산 계획을 묻는 질의에 대해 “당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예정된 계획이나 경로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당장의 메모리반도체 감산 계획은 없음을 밝혔다.

대신,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기술 역량의 강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신제품 출시 등 장기적 관점의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해 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투자업계는 단기적 관점에서 메모리의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을 76조6000억원(flat QoQ, flat YoY), 영업이익을 8조5000억원(-25% QoQ, -39% YoY)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경기 불안감으로 인한 고객사들의 급작스런 메모리 재고 조정이 반도체 업황을 뒤흔들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메모리의 가격도 업계의 전망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이러한 재고 조정은 2023년 1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마무리 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면,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에 다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