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통화정책 선회를 의미하는 피봇(Pivot)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다시 유입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 확산과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긴축 속도 조절론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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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부는 4일(현지시간) 미국기업들의 8월 구인 건수가 1005만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치(1117만건) 대비 1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전문가 전망치인 1077만건도 크게 하회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에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재차 유입되며 뉴욕증시가 최근 2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5% 이상 급등했다.

앞서 연준은 미국의 견고한 고용을 들어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텨낼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고용이 둔화되면 긴축에 대한 연준의 논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준은 올해 상반기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세 차례(6‧7‧9월) 연속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 1bp=0.01%)을 밟으며 고강도 긴축을 지속했다.

또 전일 호주 중앙은행이 4차례 연속 빅스텝(50bp 인상)을 밟은 이후 이달 베이비스텝(25bp 인상)을 단행한 점도 투자자들의 연준 피봇 기대감을 자극했다. 고강도 긴축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나 중앙은행이 고(高)인플레이션 고착화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곳곳에서 고강도 긴축에 대한 시각이 달리지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영란은행의 QT(양적긴축) 지연 및 한시적 QE(양적완화) 도입을 통한 영국 채권 및 외환시장 안정 조치에 이어 전일 호주중앙은행(RBA)도 단기간 큰 폭의 연속적인 인상(4회연속 50bp 인상)을 이유로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25bp 금리인상을 단행한 상황”이라며 “이는 중앙은행들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하면서도 과도한 긴축에 따른 금리 급등, 환율 급변 등을 막기 위한 금융안정도 고려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피봇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ISM 제조업 발표 이후 미국의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갔는데 이는 경기둔화 가능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7월 결과적으로 섣부른 연준의 피봇에 대한 실망감이 9월 큰 하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금리 하락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긴 쉽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다시 금리 고점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ISM 제조업 지수가 기준선 50을 하회한 후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던 경험이 피봇 기대감을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호주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너무 빠른 금리 인상 기조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다시 연준 피봇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반영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시장의 섣부른 기대일 지 올바른 판단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