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기존과 다른 파격적인 개념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였다. 타이어로 사람과 화물 뿐 아니라 공간을 통째로 옮기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공간에 대한 기존 개념을 뒤엎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환경과 사람의 웰빙(well-being)을 지원하려는 복안이다.

한국타이어가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도원에서 발표한 휠봇 기반 모빌리티의 이미지.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가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도원에서 발표한 휠봇 기반 모빌리티의 이미지.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는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도원(桃園)에서 ‘디자인 이노베이션 데이 2022’ 행사를 열었다.

한국타이어의 기존 디자인팀에서 새롭게 작명된 조직인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가 이번 행사를 주관했다. 현장에는 이수일 대표이사와 함께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의 윤성희 팀장 등 한국타이어 임직원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 파트너사와 업계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는 타이어 제품에 대한 선행개발을 비롯해 소재, 형태 등을 연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는 앞서 지난 2020년 11월 도시 재구성(urban re-shaping)이라는 주제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해당 비전을 통해 단순 이동수단 아닌 살의 공간으로서 모빌리티가 도심을 새롭게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어 이날 현장에서는 당시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소재를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휠봇 기반 플랫폼이 시연되는 모습. 영상=최동훈 기자
휠봇 기반 플랫폼이 시연되는 모습. 영상=최동훈 기자
휠봇 기반 플랫폼이 직진주행하는 모습. 촬영=최동훈 기자
휠봇 기반 플랫폼이 직진주행하는 모습. 촬영=최동훈 기자

공같이 생긴 타이어, 건물도 오르내린다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가 이날 공개한 콘텐츠는 휠봇, 휠봇 기반 플랫폼, 모빌리티 프로젝트 파트너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휠봇(Wheelbot)은 바퀴 로봇이라는 의미로 명명된 구(球)형 타이어다. 공 같이 생긴 휠봇은 모빌리티를 이동시키는 기능을 담아 개발됐다. 공기를 넣지 않는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를 기본 형태로 갖췄고, 인휠모터를 탑재함에 따라 배터리 전력으로 움직이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휠봇은 직진 주행하기 위해 작동하는 메인 트레드 1개와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접지력을 발휘하는 서브 트레드 2개 등 세 요소로 구성됐다.

한국타이어 디자이너가 휠봇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영상=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 디자이너가 휠봇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영상=최동훈 기자

휠봇은 X축(좌우), Y축(상하), Z축(전후) 등 세 개의 모터축을 갖춤에 따라 모든 방향으로 구를 수 있다. 휠봇은 이에 따라 납작한 모빌리티 플랫폼과 전자기력으로 결합돼 직진할 뿐 아니라 수평으로 움직이도록 작동한다.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에 이동방향을 수정하고 쉽게 수평주차할 수 있는 등 기존 이동수단에서 제한됐던 이동범위를 극복할 수 있다. 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눈사람 모양 로봇 BB-8이 굴러다니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제품이다.

휠봇 기반 모빌리티가 모듈형 건물에서 사용되는 시나리오를 설명하는 화면. 사진=최동훈 기자
휠봇 기반 모빌리티가 모듈형 건물에서 사용되는 시나리오를 설명하는 화면. 사진=최동훈 기자

휠봇은 이 뿐 아니라 모빌리티가 이론적으로 모듈형 건물에 오르내리도록 기능할 수 있다. 모듈형 건물은 필요한 기능을 갖춘 이동형 공간 모빌리티를 사적 공간에 레고 맞추듯 옮겨 끼웠다 뺄 수 있도록 설계된 건물을 의미한다. 한국타이어는 3차원 이동할 수 있는 휠봇 기반 모빌리티 공간에 거주, 의료, 사무 등 다양한 용도를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고객들이 필요할 때마다 각 기능을 갖춘 모빌리티 공간을 거주지로 가져다 끼워 쓸 수 있는 셈이다.

백민우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디자이너는 “휠봇 기반 모빌리티는 도심 내 어디든 이동해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도시 자체를 유동적으로 흐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휠봇에 연동될 플랫폼과 팟(pod)의 가상도. 사진=최동훈 기자
휠봇에 연동될 플랫폼과 팟(pod)의 가상도.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 “휠봇, 구글·애플 OS처럼 확장할 수도”

휠봇은 벌집 모양을 닮은 허니폼 플랫폼에 수시로 탈부착되기 때문에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모빌리티를 개발하는데 쓰일 수 있다. 휠봇이 플랫폼과 손쉽게 결합되고 지형지물을 파악해 최적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는데 인공지능(AI), 지형지물인식 센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이는 휠봇에 반영된 로봇 개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휠봇은 또 기존 차량에 탑재된 타이어와 달리 서스펜션이나 휠 펜더 등 자동차 구성요소 없이 장착 가능하기 때문에 실내공간의 규모와 용도를 더욱 확장하는데 기여한다. 휠봇을 기반으로 개발한 플랫폼이 매우 다양한 종류의 모빌리티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장희성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디자이너는 “휠봇 기반 플랫폼은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처럼 모빌리티 운영체제처럼 쓰일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해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환 한국타이어 디자이너가 휠봇의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이승환 한국타이어 디자이너가 휠봇의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는 2040년 현실화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 휠봇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현재 국가별 정책 계획상 2040년에 다수 나라에서 내연기관차 운행을 법적으로 운행금지하는 등 고도화한 수준의 친환경 정책을 펼칠 때인 점을 고려한 로드맵이다. 이 때 휠봇 기반 모빌리티의 친환경성이이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탄소중립의 관점에서, 현재 탄소배출 비중의 38%를 차지하는 건물(building) 부문의 구축·운영효율을 강화하는데 휠봇 기반 플랫폼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지은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디자이너는 “최근 환경 이슈와 기술혁신, 팬데믹 등에 의해 사람들의 추구하는 가치가 웰빙으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며 “한국타이어는 이에 따라 산업적 효율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시를 움직이는 공간으로 제안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와 휠봇 프로젝트를 함께한 칼만테크, 모빌테크 등 스타트업들의 브랜드 CI.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와 휠봇 프로젝트를 함께한 칼만테크, 모빌테크 등 스타트업들의 브랜드 CI.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는 이번 휠봇 프로젝트를 로봇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칼만테크(CALMANTECH), 3차원 고정밀지도 전문업체 모빌테크(MOBILTECH) 등 스타트업들과 함께 진행했다. 세 기업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지 겨우 6개월만에 이번 결과를 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타이어가 그동안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켜온 모빌리티 비전이 각 스타트업의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솔루션과 만나 이뤄진 성과다.

윤성희 팀장은 “한국타이어가 모빌리티 산업의 한 부분으로서 구동체를 포함해 더 나은 모빌리티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디자인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를 통해 보여줄 한국타이어의 모빌리티 비전을 앞으로도 기대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