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부정적 상황을 이해하시지요? 급하니 간단하고 직접적으로 묻겠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 위기 시 대응 차원에서 기업이 해야 하는 옵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침묵하는 것입니다.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서 면밀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지요. 상당히 많은 경우 기업들은 침묵 대응을 옵션으로 결정합니다. 상황이 과도하게 가변적이거나, 적정 수준의 사회적 주목이 없거나, 너무 중대한 상황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상황을 지속 주시하며 대응 준비를 완료하고 침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패닉에 빠진 침묵이나, 안하무인 또는 묵묵부답형 침묵과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두번째 대응 유형은, 꼭 해야 하는 대응만 선별해서 대응하는 형태입니다. 이 선택을 결정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A라는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은 이후 어떻게 발전 또는 소멸될 것인가를 예측해 보면 됩니다. A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공통된 내부 의견이 있으면 이 대응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이를 실행하면 현 상황은 곧 소멸될 것이라 예측되면 당연히 선택해야 할 것이고요.

세번째 대응 유형은, 안 하는 것 보다는 좋겠지만, 상황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운 대응을 하는 형태입니다. 대부분 이런 대증치료식 대응은 딱히 실효성을 가진 대응 방식이 여의치 않을 때 많이 목격됩니다. 이런 대응이라도 해야 경영진이 마음에 안정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세번째 유형의 대응으로만 위기관리가 진행되게 되는 경우입니다. 실효가 적은 다양한 대응 실행은 조직의 역량과 사기를 저하시킵니다. 그 시간에 더욱 집중적 주목과 역량 강화를 기해 실제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꼭 해야 하는 대응’을 찾아야 하는 데, 그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마디로 덜 중요한 것들을 중심으로만 위기관리를 시도한다는 것이지요.

네번째 대응 유형은, 실행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아무 효과도 없는 대응을 하는 형태입니다. 세상 어떤 기업이 별 효과 없는 실행을 굳이 선택해서 하겠는가 하겠지만, 실제 상당수가 이 네번째 대응 유형에 상당한 공을 들입니다. 이는 위기관리의 영역을 넘어선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실행들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위기 이후 여러 경영진이 받게 될 평가나 책임에 대비한다는 방향성을 가집니다. 외견으로 다양한 실행을 해서라도 ‘이렇게 다양하게 열심히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사후 평가를 기대하자는 취지입니다. 일견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필요한 위기 대응일 수는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에 기반한 대응 옵션의 우선순위화가 아주 중요합니다. 꼭 해야 하는 대응만을 선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좋겠습니다. 모든 주목과 역량을 집중해 단순화해야 합니다. 제한된 조직 역량을 분산시키며 효과 적은 대응에만 몰두하게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기다리며 때를 노리는 침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