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허준 선생이 완성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은 국보 제319호이자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 받았다. 동의보감이 중세 동양 최고의 의서 중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한국을, 아니 아시아와 세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의서다. 그러나 이러한 동의보감에도 약점은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동의보감에 담긴 일부 내용이 다소 비과학적이라는 점이다. 

어떨까? 일단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을 작성할 당시 인용 출처를 밝히는 과정에서 실수한 점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어느정도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에서 알려주는 몇몇 약재가 다른 의서에서 말하는 약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의서 자체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황당한 처방법이다. 실제로 동의보감은 한의학의 정수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의서지만 원숭이에게 수은을 먹이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고 개의 담(膽)을 포함한 세 가지 본초로 은형법(隱形法), 즉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처방도 나온다. 

심지어 특정 시술을 할 경우 임산부가 무조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처방도 있다. 일부 의학계에서는 동의보감이 한의학 발전에는 기여하기는 했으나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했다고 혹평하는 이유다. 극단적인 경우 동의보감은 큰 가치가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거리를 두어야 할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사실일까? 아니다. 이러한 혹평은 동의보감을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먼저 동의보감이 추천하는 약재가 다소 효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동의보감 자체가 일반 백성들을 위해 탄성한 의서라는 점을 간과했기에 벌어진 일에 불과하다. 동의보감은 효력은 좋지만 고가인 약재보다 비록 효력은 떨어져도 가난한 백성들이 접하기 쉬운 약재를 우선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처방에 대판 과도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동의보감의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동의보감은 허준 선생이 조정의 명을 받아 민간요법은 물론 당시 백성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주술적 요법까지 총망라한 의서다. 목표는 오직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었으며, 이를 위해 허준 선생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 추스릴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동의보감에 집대성했다. 

주술적 처방까지 의학적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이 하늘 위 구름에 떠있는 신비의 처방이 아닌 흙냄새 물씬 풍기는 백성들의 바로 옆에서 숨 쉬던 의서였다는 점을 잊으면 곤란하다.

최근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또 다시 ICT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고 있다. 벌써부터 국회에서는 ICT 플랫폼을 두고 시장 독과점의 프레임을 씌우는 한편, 이들을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로 내모는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중개 수수료 중심의 현행 ICT 플랫폼의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며 ICT 플랫폼의 순기능과 상생의 잠재력까지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또 다른 성찰이 필요하다. 

무작정 이들을 국감의 단두대로 불러들이기 전에 시대의 행간을 읽으며 다각적인 접근도 타진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은형술에만 꼿히면 동의보감만큼이나 황당하고 쓸모없는 의서가 어디 있을까. 단점만 보지말고 장점도 보며 최소한의 계산 정도는 해보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