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시장에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환율, 지정학적 위기 등 공포가 만연해 있다. 이미 뉴욕증시에서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당일 5% 이상 폭락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미국 증시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국내 증시도 요동치는 중이다.

이런 과도한 공포는 패닉을 부른다. 패닉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산양의 몸통에 사람의 상반신을 가진 ‘판(Pan)’이 내는 소리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다. 각종 PC온라인 게임에 나오는 NPC(Non-Player Character) 판이 바로 그것이다. 판으로부터 비롯된 패닉은 자산시장에서 ‘패닉셀(panic sell·공황 매도)’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포에 폭락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가오면서 원금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패닉셀이 일어났으며, 이제 다시 금리인상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론도 크게 퍼졌다. 금융당국에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자제하라고 경고까지 내고 있다.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등장하는 판. 출처=엔씨소프트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등장하는 판. 출처=엔씨소프트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이미 금융투자에 대한 의욕을 한참 낮췄다. 국내 증시는 일간 거래량만 보더라도 9월 들어 10조~13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큰 폭 감소했다.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또 특급정보, 종목정보 등 판단이 흐려진 투자자를 기망하는 행위도 늘면서 신뢰도도 깎아 내리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보더라도 투자자 성향이 크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연초 LG에너지솔루션으로 사상 최대 흥행을 기록했지만, 최근 증시에 상장한 종목을 보면 처참할 정도다. 지난해 크게 붐을 일으킨 상장주 투자도 불과 1년 만에 싸늘하게 식었다.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펀더멘털 의심도 커지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치솟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에 악재로 다가온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빼낸 돈만 12조원에 육박한다. 한국은행에서 외환보유고가 세계 9위라고 발표를 해도 환율을 보면 체감하기 여전히 어렵다.

금리가 오르고 물가가 치솟더라도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꽁꽁 묻어둔 돈은 부동산이나 다름없다. 부정적인 발언으로 ‘한국의 닥터둠’이라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14일 김영익 교수는 “(국내 주식시장은) 현재 저평가돼 있어 매도할 시기가 아니다”며 “오히려 가장 좋은 매수 타이밍은 내년 1분기”라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가 현재 투자 상황과 반대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과도한 공포는 정신을 좀먹는다. 투자자들이 보이는 패닉은 자산손실을 가져오면서 투자의지도 꺾고 있다. 산적한 악재를 보면서 자산시장에 추가적인 패닉 가능성이 팽배하다. 패닉은 ‘가짜 공포’다. 가짜에 현혹돼 스스로 굴복해선 안 된다. 공포 속에서 탄탄한 가능성이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