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메타에 역대급 과징금이 부과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구글과 메타를 대상으로 제3자 서비스의 행태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점을 문제삼아 시정명령과 함께 총 1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에는 692억원, 메타에는 30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지난해 2월부터 국내외 주요 온라인 맞춤형 광고 플랫폼의 행태정보 수집과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구글과 메타가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광고에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내려진 최초의 '제재'다.

타사의 행태정보를 수집 및 이용하려면 이용자가 쉽고 명확하게 인지해 자유로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그 사실을 적극 알리고 동의를 받으라는 시정명령 조치도 내렸다. 구글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 때 전 세계적인 개인정보보호 논란에 휘말렸던 메타에게는 더 민감한 일이다.

개인정보보호는 디지털 시장 전체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담기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모두가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에 절감하면서도 그 활용에 있어서는 '아슬아슬한 유리공 던지기'의 연속이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역대급 과징금의 배경
개보위가 문제로 삼은 것은 이들이 맞춤형 광고를 진행하며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고, 또 동의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은 2016년부터 서비스 가입 시 타사 행태정보 수집과 이용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에서 동의로 기본값을 설정한 후에도 더보기 버튼을 눌러야만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점이 문제가 됐다.

메타도 2018년 7월 14일부터 현재까지 이용자의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이용하는 한편 역시 그 사실을 해당 이용자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동의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메타의 페이스북도 행태정보 수집 관련 사항이 포함된 694줄짜리 데이터 정책 전문 외에는 별다른 법정 고지사항이 없었고 동의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최근 한국의 기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행태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한 후 이를 청회한 일도 있다. 이 역시 개보위의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이용자를 식별해 수집되는 행태정보가 축적되면,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 위반행위가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출처=갈무리
구글 안드로이드. 출처=갈무리

쟁점은 무엇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타사 행태정보 확보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타사 행태정보는 말 그대로 메타와 구글 외 앱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이 보여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쿠팡에서 아이폰을 검색했다면 구글과 메타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아이폰 광고가 나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민감한 정보가 축적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한국인 기준으로 구글과 메타는 각각 82% 이상, 98% 이상이 플랫폼의 타사 행태정보 수집을 허용하도록 설정한 상태다. 

여기서 구글과 메타가 옵션 더보기를 살펴보기 어렵게 하거나 기본값 자체를 타사 행태정보 수집 동의로 설정, 이용자들에게 구체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개보위의 주장이다.

구글과 메타는 이 지점에서 행태정보 수집에 동의는 원천적으로 앱 플랫폼 사업자가 받아야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쿠팡에서 아이폰을 검색했을 때, 쿠팡이 개인정보수집 동의를 받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나아가 구글과 메타 모두 플랫폼 입장에서는 충분한 절차를 진행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개보위는 구글과 메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시정명령을 내렸다. 맞춤형 광고 등에 사용하는 주체가 플랫폼인 구글과 메타로 봤기 때문이다. 

구글과 메타는 반발하고 있다. 행정소송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메타는 "개보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관련 법안을 모두 준수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고객사와 협업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면서 "이에 따라 이번 결정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원의 판단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채 사안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 출처=메타
마크 저커버그 CEO. 출처=메타

개인정보보호, 그 민감함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담론은 유럽을 중심으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주장이 시작된 후 유럽연합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개인정보보호 규정) 제정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많은 국가들은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실리콘밸리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유럽 ICT 공략을 불편해하는 유럽연합 차원의 견제구 성격도 있다. 디지털세 도입과 더불어 유럽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유럽 ICT 시장 잠식에 대한 근원적 공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함의와는 별개로 데이터 주도권에 대한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개인의 정보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애플이다. iOS의 폐쇄적 생태계를 운영하는 애플은 다른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달리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오히려 이를 마케팅 측면으로 소비하고 있다. 2021년 4월 발표된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이 대표적이다. ATT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자신의 앱 활동 내역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 공개의 주도권을 고객에게 넘겨 버렸다. 

물론 애플도 개인정보보호에 완벽한 회사는 아니다. 2019년 인공지능 비서 시리의 대화 일부를 녹음해 보관했으며 심지어 애플ID가 아닌 무작위로 고객의 목소리를 녹음해 저장한 후 전체 대화내용의 0.2%을 자사 서버에 보관한 것이 폭로되어 정식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ATT 발표 후 앱 시장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디지털 광고 시장의 투명성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중이다.

지난 2018년 4월 팀 쿡 애플 CEO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데이터 보호 프라이버시 커미셔너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매일 고객이 클릭하는 선호도와 관련된 데이터가 수십억 달러에 거래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개인정보를 이용해 광고를 파는 사업을 두고 '데이터산업복합체(Data-Industrial Complex)'라 비판하기도 했다.

애플의 자신감은 특유의 정체성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이어지는 애플의 정체성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 비밀번호 해제 백도어를 두고 미 연방수사국과 날선 공방을 벌일 정도로 애플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믿음은 강한 편이다.

특유의 하드웨어 플랫폼 비즈니스도 애플의 강경모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실제로 애플이 다른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과 달리 개인정보확보에 집중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매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하드웨어 제품인 아이폰에 iOS라는 사용자 경험을 탑재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며,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개인정보를 취합할 동기는 낮다.

구글과 메타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자체 하드웨어 플랫폼 생태계의 존재감이 미약하다. 당장 구글만 봐도 레퍼런스 스마트폰만 출시하고 있고 크롬북 시장에서는 철수할 기세다. 그 외 하드웨어 기기들은 생태계의 주변부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메타도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VR 기기 및 기타 하드웨어 포트폴리오를 선보이고 있으나 역시 주변부로 볼 수 있다.

메타의 애플 비방 광고. 출처=갈무리
메타의 애플 비방 광고. 출처=갈무리

충돌의 연속
구글과 메타는 결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핵심 캐시카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장의 어려움이 커지는 대목에 있다. 당장 애플이 ATT를 발표한 상태에서 구글의 경우 애플의 ATT에 준하는 투명성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올해 초 안드로이드에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를 공개한 이유다. 다만 애플의 방식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유예기간을 둔 상태에서 애플은 고객에게 앱추적을 허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줬으나 구글은 광고 식별정보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구글의 정책이 더 강력해 보이지만 구글이 파트너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제공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할리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을 때 애플의 정책은 얻을 것이 별로 없다. 다만 구글은 유예기간은 물론 정보 자체는 비식별로 제공받을 수 있다. 큰 차이다.

다만 시장 상황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영국 모바일 앱 광고 플랫폼 앱슈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애플의 ASA 점유율은 15%로 전년 동기 대비 5%P 늘어난 반면 구글은 34%, 메타는 28%로 각각 1%P, 4%P 떨어졌다. 물론 앱 디지털 광고에만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전체 시장 분위기로 볼 때 구글과 메타의 디지털 광고 장악력은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구글과 메타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메타는 ATT의 애플과 한 때 법정공방을 시사할 정도로 강하게 충돌한 바 있다. 

실제로 팀 쿡 CEO는 2018년 2월 중국은 물론, 3월에는 방송에도 출연해 "페이스북은 고객을 돈이나 상품으로만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4월에는 메타를 두고 데이터산업복합체라는 표현까지 쓰며 맹비난했다. 그러자 마크 저커버그도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가치며, 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팀 쿡의 말은 사실과 다르며, 말만 그럴듯 하다"고 비판했다. 

그 해 11월에는 애플 아이폰을 쓰지 말 것을 임직원들에게 권유하는 등 충돌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만약 당시 미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 CEO들을 시장 독과점 혐의로 청문회에 불러 모으지 않았다면 파탄에 가까운 충돌이 벌어질 뻔 했다.

구글과 메타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은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어 소위 디지털 광고 협력에 나서기도 했다. 일명 제다이 블루 체결이다.

실제로 구글과 메타는 지난 2018년 온라인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지 않는 제다이 블루를 체결했으며 구글은 모바일 앱 광고 경매에서 페이스북에 혜택을 제공, 더 저렴한 가격에 광고를 살 수 있도록 하며 그 대신 메타는 구글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을 중단하고 구글 온라인 광고도구만 사용하는 것이 제다이 블루의 골자다. 지난 2020년 미국 10개 주 법무장관이 구글을 대상으로 반독점 소송을 걸며 일반에 알려졌다.

제다이 블루 체결이 양사간의 계약은 아니다. 또 25개 이상의 파트너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담합 행위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다만 제다이 블루는 데이터 주도권 이슈가 주목받는 최근의 트렌드에서 디지털 광고 시장에 대한 접근이 기존 방식대로는 더 이상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제다이 블루라는 '묘한 신사협정'이 필요해진 것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는 뜻이다.

길은 어디에?

디지털 광고 시장은 투명성 정책의 큰 틀에서 조금씩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데이터 확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나오고 있으며, 플랫폼들이 기존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과실을 챙길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지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개보위의 이번 판단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당위성과는 별도로, 빅테크들에 대한 무차별 압박의 도구로 관련 정책이 강행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데이터 주권이 온전히 외국의 빅테크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밀어내기의 끝에는 21세기 흥선대원군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수 밖에 없다. 적절한 논의와 협의에 이은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