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2명의 CEO가 있다면? 상식으로는 큰 혼란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패이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합의를 통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 큰 실수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뿐만 아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 경영권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경영권을 에릭 슈미트에게 양보했다.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려는 취지에서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간 이하 계층 직원들 몫으로 돌리고 있다. 실제 엔지니어들이 일주일에 하루는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황당해도 도매금으로 넘기지 않는다. 식당은 이들에게 연료충전소가 된다. 레이트풀 데드의 전담 요리사가 준비한 무료 식사를 즐긴다.

래리 페이지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들이닥쳐도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회사 내 건물을 이동할 때는 4000달러짜리 스쿠터를 탄다.

화장실에는 리모컨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800달러짜리 디지털 변기가 놓여 있다. 모든 혜택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위한 조치들이다.

4000달러짜리 스쿠터 타고 건물 이동
각 장의 머리부터 ‘기업가정신’의 핵심을 제시하고 있는 《위대한 기업가》. 이 책은 성공한 기업가는 뭔가 특별한 것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성공하는 기업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덕목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노력과 헌신에 대한 열정,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 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그것.

‘창의적인 사람들이 최고경영자가 된 비법’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내용은 원래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비즈니스위크〉 심층분석기사로 소개됐던 글을 모은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CEO들의 신념은 확고하다. 지난 1984년 중국 최초의 자본주의 기업 중 하나인 레전드 그룹으로 시작한 레노버.

레노버 양유웬칭 회장이 지난 2005년 IBM PC 사업부를 인수했을 때 일이다. 이사회가 모두 반대했지만 회장 자신의 신념을 믿고 이사회를 설득시켰다.

당시 사업부 인수가 없었다면 지금만큼 레노버가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숨은 노력도 뜯어봐야 하는 부분.

대형 인수합병(M&A)의 경우 시너지보다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레노버는 미국의 거대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는 IBM의 전문지식을, IBM의 제조 공급망을 쇄신할 때는 중국의 제조업 운영방식을 택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역시 주변에서 아마존 몰락을 경고하고 나설 때 물류사업과 호스팅, 데이터 스토리지 사업을 추진해 위기를 극복한다.

특히 물류사업에 대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언론에 새 전략을 상세히 설명하고 경쟁업체보다 오래 남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장기적인 전망이 필수라며 7년 이상 투자에 들어간다. 위기는 점차 아마존 주변에서 멀어져 갔다.

노력과 열정, 헌신과 신념은 기본. 성공한 리더의 또다른 특징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성공에 이른다는 점이다.

영업비밀 공개해 공유 마케팅으로 수익
헌신과 열정도 기업인의 주요 덕목이다. 평가 가치가 170만달러에 달하는 커피 제국을 일군 에스프레소 비바체 로스테리아의 데이비드 쇼머.

품질 최고주의를 표방하던 그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예술로 생각했다. 다른 사업자들은 영업비밀을 공개하기 꺼렸지만 그는 역발상으로 교육 비디오를 제작해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비디오를 구입하고 커피 지식을 공유하는 커피점에 원두를 제공해 수익을 올렸다. 인터넷 기사 서핑에 대한 취미로 디그닷컴을 개설한 케빈 로즈. 로즈는 지난 2000년 닷컴 기업들의 붕괴 현상을 목격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상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각인하고 있다.

특히 웹 2.0 대표기업가인 그는 장부상의 부에 의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고급스런 사무실 집기를 사거나 사치스런 파티를 여는 데 돈을 절대로 허비하지 않는다.

상황이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그가 거둔 성공과 잘생긴 외모 덕에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조나단 웬델.

그는 지금 약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e-스포츠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TV로 시청하는 인기 스포츠로 만들고 싶어한다.

지난 1999년 웬델이 첫 프로로 전향했을때 프로게임 분야에는 최고 선수가 몇 명뿐이었지만 이제는 수십 명.

웬델은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 덕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전 세계 젊은 게이머와 한판 겨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이디어 가진 자가 최고 자리 간다
오픈소스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의 가능성을 연 리누스 토발스. 그는 한때 소프트웨어 광들의 무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 리눅스는 현재 가상조직에 생산성이라는 옷을 입히고 창의적, 자발적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하고 있다.

CEO와 본사도 없이 분산형 구조로도 리눅스 운영체제가 구현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엄격한 계층구조가 없다는 것이 이 기업의 강점. 좋은 자리를 얻으려고 사장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다. 누구라도 리눅스에서 일할 수 있고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자가 회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성공한 기업은 뭔가 다르다. 그 가운데서는 크고 작은 성공을 통해 위대한 기업가라는 호칭을 얻은 CEO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이들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창의적인 사고로 조직 전체에 새로운 옷을 입히는 기술이 남다르다.

경영은 경제학과 달리 학문이라기보다 기술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책을 통해 성공한 기업가들의 경영비법을 엿보고 응용된 여러 모범사례를 짚어보자.

미국발 금융 쇼크가 아직 만연되어 있는 최근 위기 상황에서 경영자로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