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전기차용 폐배터리 시장 역시 태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밸류체인 전반에 수혜 기대감이 크다고 내다봤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재활용 전문 업체 성일하이텍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74% 상승했다.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 태동하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플라스틱 열분해 및 사용후 배터리 산업 등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 규모로 연평균 4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40년에는 87조원까지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폐배터리 시장은 크게 재사용 시장과 재활용 시장으로 나뉜다. 재사용은 말 그대로 잔존수명이 낮아진 배터리를 수거해 전기차용 배터리로 다시 사용하는 방법이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추출해 다시 생산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특히 재활용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생산 시 재활용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활용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을 비롯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원소재를 다량 보유한 국가가 이를 무기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어 공급망 안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비용 절감 역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및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은 시차를 두고 폐배터리 발생량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EU의 배터리 규제안, 미중 갈등과 미국 전기차 보조금과 연결된 IRA, 배터리 원소재 생산국들의 자원무기화 움직임, 배터리 원소재 수급 불균형 및 가격 급등에 따른 배터리 혹은 전기차 생산기업의 원소재 확보 욕구 등 전기차를 둘러싼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양극재에 포함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유가금속이 1차 타겟”이라며 “배터리 용량 100kWh 기준으로 NCM811(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를 8:1:1 비율로 구성한 하이니켈 배터리) 양극재는 탄산리튭 59.4kg, 코발트 9.4kg 니켈 75kg, 망간 8.8kg이 회수 가능하다. 원달러환율 1300원 기준으로 100kWh급 하이니켈계 폐배터리 1개에 포함되어 있는 유가금속의 잠재가치는 대략 800~1000만원”이라고 분석했다.

재활용 시장 전반의 수혜 기대감이 크다는 설명이다. 박진형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사용 보다는 재활용이 부각되고 있지만 향후 폐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검사 및 소재 추출 사업 외에도 각 공정별로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파생됨에 따라 다양한 업체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전반적인 폐배터리 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 시장이 성장 초기이며, 폐배터리의 온전한 재활용이 가능한 업체는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도 성일하이텍, 거린메이(GEM), 화유코발트, 닝보브룬프(Brunp, CATL 자회사), 유미코어(Umicore) 등 5개 업체 정도로 추려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밸류체인 전반의 성장세를 감안해 특정 종목을 골라 사기보다는 다수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바스켓 매수 대응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결국 선택적인 매수보단 바스켓 대응 전략이 답”이라며 “(다만) 현 시점에서는 기존 설비를 통해 신규 투자비 부담이 낮고 원재료 조달이 원활하면서 일괄 공정을 확보했거나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체들의 주가 흐름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종목으로는 포스코홀딩스, 성일하이텍, 하나기술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