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 사람들 편집부 지음
- 사람들 펴냄
- 2003년

결혼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는 일입니다. 20년 이상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던 사람이 만나 살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깨닫기란 쉽지 않죠. 앤디 앤드루스의 《용서에 관한 짧은 필름》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처음 결혼했을 때, 둘은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을 정도로 서로가 극과 극이라는 걸 알고는 적잖은 충격과 실망에 빠졌고 하마터면 이혼까지 할 뻔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할 뿐 아니라 그 차이점에 의존하게 되었고, 마침내 둘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서로 똑같다면, 그렇다면 둘 중 한 사람은 필요 없을 게 아닌가.”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잘 지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적절히 타성에 젖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한 모습은 부부간 호칭에서부터 나타나죠. 혹시 아내를 부를 때 혹은 남편을 부를 때 어떻게 부르나요? “야!”, “이봐!”, “어이!”, 이렇게 부르는 건 아닌지. 혹은 “oo 엄마!”, “oo 아빠!” 이렇게 부르는 것은 아닌지.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혹은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여보’라고 합니다. 이 ‘여보’라는 말이 입에 붙기 전에는 참 어색하고 쑥스러운 말이지요. 그래서 입에 붙기까지는 시간도 지나야 하고 그에 따라 관록도 붙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보’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사전적으로는 ‘여기 보시오’의 줄임말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군요.

부부간에 부르는 ‘여보’는 ‘여보(如寶)’, 즉 ‘보석과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김성묵(한은경 공저)의 《고슴도치 부부의 사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아내가 힘들어 할 때, 여러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꼭 안아 주며 말하십시오. ‘여보, 힘들지?’ 남편이 직장 문제로 사업상의 어려움이 있을 때,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말하십시오. ‘여보 힘드시지요? 내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주위에서 “여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더군요. 드라마에서도, 일상에서도 말이지요.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사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오늘은 아내에게, 남편에게 한번 “여보!”라고 불러보세요. 물론 마음속 깊이 ‘보석과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서 말이지요.

우린 분명 알아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나에게 없는 부분을 상대방이 가졌고 상대방이 없는 부분을 내가 가졌기에 서로에게 끌리고, 그리고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서로가 끌렸던 처음 사랑을 잊어버린 채 말이다.

다르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부부가 되는 이유이다.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것은 이상하게도 헤어져야 하는 이유로 생각하게 된다.

다름을 다르다고 인정하지 못하고 다름에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러한 응어리는 결국 이혼이라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서로가 좀 더 포괄적으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용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가정으로 가는 가장 기본적인 사랑의 행위이다.
-《그래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99~100쪽

이현 지식·정보 디자이너, 오딕&어소시에이츠 대표 (rheey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