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정도 이런 생각을 해볼때가 있다. 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었지만 가끔 앞이 막막하고 혼란스러울 때, 혹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 "코치가 있었으면"

나의 인생을 전적으로 맡기는 존재라기보다는 옆에서 필요한 조언을 해주거나 옳은 길을 알려주는 존재. 그러면서도 나에 대한 지지와 믿음을 잃지 말아주는 존재.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키울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왜 중고등학교에서는 잠들지 않는 아이를 잘 재우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 지금이라도 코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예컨데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주인공 매기를 끝까지 믿어주던 체육관 관장 프랭키처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 욕심일 수 있지만 진정성이다. 딱딱하고 정적이며 날카로운 인상의 '조련자'가 아니라 그저 모두의 성공을 위해 나의 뒤에 있어주는 '조언자'의 진정성이 필수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역대급 공포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은 최근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할 것이다. 퇴근길 가끔 들르는 집 앞 닭강정집 사장님이 장사라고는 '1'도 모르는 나에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메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절한 표정으로 물어보면서도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길때 느꼈다. 이들에게는 코치가 필요하다.

IT 기자 입장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런저런 서비스를 살펴본 적은 있다. 그 중에서 KT의 잘나가게를 유심히 봤다. 엄청나게 많은 대중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권분석 및 영업 팁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 '혹'했다.

출처=KT
출처=KT

KT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마 빅데이터 확보가 당장의 비용 지출 대비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일거다. KT가 천사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민영화 20주년을 맞이한 KT는 이제 사기업이기 때문에, 공공재단처럼 일하게 압박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다만 진정성이 엿보인다는 것은 좋다. 

최근 KT AI/DX융합사업부문 AI/BigData사업본부 데이터사업팀에서 일하는 류진 팀장의 짧은 칼럼을 읽었다. 그의 칼럼은 이렇게 시작된다. 

"최근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라는 소설은 대기업 퇴직 후 창업에 뛰어든 한 30대 남자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주인공 이대한은 회사에서의 미래에 회의를 품고 ‘자기 사업’을 해보겠다는 야망으로 스터디카페를 창업한다"

우리 모두가 생각하거나 혹은 걸어가야 할 길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다만 내용은 우울하다. 수중의 모든 돈을 털어 마련한 ‘총알’로 어찌어찌 새 사업장을 오픈했지만, 오픈과 더불어 코로나 19 확진자가 폭증하자 대한의 스터디카페도 직격탄을 맞는다는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류 팀장은 이 대목에서 "누가 봐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만약 대한에게 창업과 영업에 대해 코치해 주는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도 실제 데이터를 통해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고 대안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에 대한 대가 마저도 요구하지 않는 ‘착한’ 장사 코치라면?"라고 묻는다.

이어 "소설에서 대한은 자기 치유를 위해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주변 사장님들을 찾아 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한이 만났던 횟집, 미용실, 백반집, 양장점 사장님을 비롯해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사장님께 든든한 코치 하나 옆에 두실 것을 권하고 싶다"라면서 "소박한 ‘내 사업’을 꿈꾸며 오늘도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들께도.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이 코치의 이름은 ‘KT 잘나가게’이다"라고 말한다.

상당히 노골적인(?) 칼럼이지만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노골적이지만 류 팀장의 말대로 우리는, 특히 사장님들에게는 정말 코치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그 안에 깔린 KT의 또 다른 노림수는 차치하더라도 한 번 정도 가능성을 타진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칼럼을 통해 잘나가게를 홍보하면서도 "우리, 정말 도움 될겁니다"라고 말하는 진정성을 읽었다면 약간 오버한 것일까.

오늘 저녁에는 집 앞 닭강정집에 들러 잘나가게를 한 번 소개해줄 생각이다. 무엇보다 무료라고 하지 않나. 한 번 써 보시라. 성과를 거두면 서비스로 닭강정 떡 두어개 정도는 사양하지 않고 받을 생각이다. 우리는 지금 그 만큼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