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솔직히 기자에게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야기해도 해명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기자들은 계속해서 홍보담당자와 대표이사에게 문의 전화를 걸어옵니다. 하나 하나 대응하기도 힘들고 해서 전화를 모두 꺼 놓고 받지 말자 하려고 하는데요. 괜찮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노 코멘트는 코멘트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상한 말이지요. 노코멘트는 대체 어떤 코멘트인 것일까요? 부정 이슈나 위기 시 노 코멘트는 해당 의혹이나 문제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길티(guilty)를 인정하는 코멘트’라고 합니다. 지금 질문하신 상황에서도 회사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시기 때문에 해명할 여지가 없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당분간 기자들의 취재 전화를 받지 않는 기계적인 ‘노 코멘트’를 하는 것은 책임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코멘트’로서 해석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훈련 받은 기자는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정보만을 그대로 받아 기사화 하지 않습니다. 그 이슈에 상대방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쪽을 연락하여 해당 이슈에 대한 그들의 주장과 정보를 접수해 함께 기사화 하게 됩니다.

문제는 상대가 있는 이슈임에도 그 상대가 해당 이슈에 대한 자신의 주장이나 정보를 기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 발생합니다. 기자가 일정 노력을 해도 취재원의 주장과 정보를 입수할 수 없다면, 기사는 그냥 일방의 주장과 정보를 기반으로 꾸며지게 됩니다. 단, 기자는 기사 말미에 ‘이에 대한 해명 요청에 상대측은 답하지 않았다” 또는 “기자의 취재를 피하고 거부했다”는 요지의 문구를 같이 싣게 되지요.

그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어떤 쪽이 문제이고 책임 있는 곳인지를 쉽게 판단합니다. 만약 양측 주장과 정보가 서로 충돌하고 양쪽 모두 이해가 가능한 입장이라면 독자들은 그 이슈에 대한 판단을 일정 기간 유보하기도 합니다. 양측에 모종의 갈등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판단을 하는 것이지요.

반면, 어떤 한쪽 주장과 정보가 구체적으로 실린 기사를 접하고, 그 말미에 상대측의 노 코멘트나 취재 회피 등의 입장만 발견하게 되면 독자는 대부분 상대측이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상대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야 합니다. 초기부터 이렇게 프레임이 굳어지게 되면 이후 입장을 바꾸어 적극 대응을 꾀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홍보담당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업무 연속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평시에는 바쁜 기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도 열심히 연락해 긍정적인 홍보활동을 하던 담당자가,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되면 기자들의 당연한 취재 연락을 피하는 상황을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홍보담당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성 유지와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어렵고 힘들 때 기자의 연락을 피한다면 그 이슈나 위기는 지나가겠지만, 그 이후부터 홍보담당자 개인에 대한 이슈나 위기는 시작될 것입니다. 대표이사는 이슈나 위기 시 청구일원화 차원에서 기자 연락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담당자는 대표이사와는 다른 대응을 해야 합니다. 대변인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