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스타스 풍력타워 공장. 제공 = 씨에스윈드
미국 베스타스 풍력타워 공장. 제공 = 씨에스윈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주가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업종은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에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기차 관련주들은 보조금 대상 조건 강화로 수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솔루션(009830)은 전 거래일 대비 2050원(4.16%) 상승한 5만13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5만18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한달(7월26일~8월26일)간 주가 상승률은 44.92%에 달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 업체인 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87.30%), OCI(010060)(16.43%)도 급등했다.

풍력발전 관련주도 시원하게 상승했다. 씨에스윈드(112610)(47.7%), 유니슨(018000)(18.32%), 삼강엠엔티(100090)(33.82%)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전기차 관련주인 현대차(005380)(-1.28%), 기아(000270)(-4.13%), 에코프로비엠(247540)(-3.3%), 일진머티리얼즈(020150)(0.83%) 등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서로 희비가 엇갈린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에는 탈탄소와 풍력·태양광·배터리·그린수소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 등을 위해 3740억달러(약 502조6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풍력·태양광 부문 지원액이 300억달러(약 40조3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미국이 중국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기후관련 법안(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국의 친환경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되고 있다”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한국 업체로 한화솔루션과 함께 씨에스윈드를 꼽기도 했다.

실제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8월 미국 내 풍력타워 공장을 가진 베스타스타워아메리카 지분 100%를 1665억원에 인수하며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춘 데 이어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도 시장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OCI는 국내 유일 폴리실리콘 제조 기업으로, 폴리실리콘은 태양광패널 원가의 30%를 차지한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태양광 모듈을 제조하고 태양광 시장 성장의 수혜가 기대된다. 풍력 관련주에서는 해상풍력 설비 하부구조물 전문기업인 삼강엠앤티, 풍력발전시스템 전문기업인 유니슨이 양호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반면 국내 전기차 업계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재료(리튬·니켈·코발트 등)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북미에서 제조되는 배터리의 주요 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비율도 50%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그동안 보조금 혜택을 받아오던 한국 전기차들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대표 전기차 모델은 전량 한국에서 생산 중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로 매년 국내 전기차 10만대 수준의 수출 차질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완성차업계는 물론 전기차 전환 등으로 경영 애로가 큰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부품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업계도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와 중국산 원료 의존도 축소 등에 따른 제품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무라 홀딩스는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장악하고 리튬 생산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부터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뿐 아니라 EU(유럽연합)의 러시아와 갈등으로 친환경 정책에 속도를 내는 만큼 그 수혜가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씨에스윈드를 최고 수혜주로 꼽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을 동시에 품은 씨에스윈드가 글로벌 그린빅뱅의 최대 수혜주”라며 “씨에스윈드는 포르투갈과 터키 공장을 통해 유럽시장에 직접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베트남 공장도 유럽 수요에 대응한다. 미국에는 세계 최대의 단일 풍력 타워공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수주 부진은 3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도 “유럽의 ‘리파워EU(Re-PowerEU)’ 정책,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등을 통해 풍력 발전 정책 지원이 강화되고 있어, 4분기부터는 수주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