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259960)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초 성장주 약세와 오버행 우려 등으로 급락한 주가가 좀처럼 유의미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경영진들은 지난해 구주매출과 스톡옵션 행사로 돈방석에 올랐지만 공모주 투자자와 우리사주에 참여한 직원들의 경우 초과수익은 고사하고, 공모가 회복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배동근 CFO, 김창한 대표, 장병규 의장. 출처=크래프톤
사진은 (왼쪽부터) 배동근 CFO, 김창한 대표, 장병규 의장. 출처=크래프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주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55% 이상 하락한 24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고점 대비 반값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투자자들의 손실이 늘어나는 가운데 상장 당시 경영진들이 구주매출, 스톡옵션 등을 통해 대규모 수익을 남긴 모습과 대조적이다.

우선 장병규 의장이 대규모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의 개인 지분으로 구주 매출에 나서진 않았지만, 자신이 주요 주주로 있는 벨리즈원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벨리즈원 내 장병규 의장의 정확한 출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법인으로 분류된 벨리즈원은 크래프톤의 보유주식 전량(276만9230주)을 구주매출로 털어냈다. 공모가 기준 1조3791억원 가량이다.

김창한 대표(14만주), 김형준 개발총괄(10만주), 조두인 블루홀스튜디오 대표(2만1000주) 등도 구주매출을 통해 대거 이익을 봤다. 각각 697억원, 498억원, 105억원 규모다.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올린 수익도 억소리 나는 규모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효섭 전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해 스톡옵션을 통해 2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김효섭 전 대표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218억5000만원으로, 급여는 1억4000만원, 상여금은 17억7500만원 규모였지만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기타소득은 198억9000만원에 달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재임 중 부여받은 스톡옵션 4만1500주를 연말 퇴사하며 행사했다. 행사가격은 1003원, 당시 주가는 46만9000원이었다. 이 외에도 한상근 씨가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로 49억81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행사가격은 1452원이다.

김창한 대표의 경우 여전히 16만8245주에 대한 스톡옵션 행사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행사가격은 1452원이다. 또 14만4000원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 70만주 역시 남아있다. 현 주가 대비 여전히 여유로운 상황이다.

크래프톤 주가 추이. 출처=구글 갈무리
크래프톤 주가 추이. 출처=구글 갈무리

반면 우리사주에 참여한 직원들과 일반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 상황이다. 

공모주 시장이 호황을 이뤘던 2021년 상장 당시에도 크래프톤은 고평가 논란 등에 상장 당일 종가(45만4000원, 공모가 대비 -8.8%)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성장성을 보고 장기투자를 결심한 이들의 경우도 올해 초 급락에 손절할 타이밍조차 놓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크래프톤은 올해 1월 한 달 동안 만 40.33% 하락했다.

우리사주에 투자한 직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크래프톤 우리사주조합은 전체 물량의 20%인 35만1525주를 배정받았다. 당시 직원이 1330명이었던 점을 감안, 1인당 평균 264주(약 1억3147만원)씩을 투자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단순 가정했을 때 인당 7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사주의 경우 최근 보호예수가 해제돼 매도가 가능해졌지만 사실상 가치가 상장 당시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하락하면서 매도에 나서는 이들은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손실이 커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장병규 의장이 최근 우리사주 손실과 관련해 사재 200억원을 들여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 실행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200억원 지원 계획과 관련해) 업데이트된 실행안은 없다”며 “구성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나 최종이 아니라 변경이 있을 수 있고, 사재증여의 구체적인 방식은 미정인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