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 기조 등 매크로 리스크에 국내 증시가 올들어 큰 폭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40원을 돌파하며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 연합뉴스
글로벌 긴축 기조 등 매크로 리스크에 국내 증시가 올들어 큰 폭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40원을 돌파하며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 연합뉴스

증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올리며 축포를 터뜨렸던 2년간의 황금기가 무색하게 올해 증권업황은 최악에 직면했다. 말 그대로 ‘두 손 놓고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매크로의 태풍이 증시의 상승 동력을 단숨에 두 동강 내버렸다. 상반기 매섭게 할퀸 매크로 악재와 그 피해를 온 몸으로 떠 안은 국내 증권사는 피해 속에서도 반전을 꾀하고 있다.

高물가, 각국 중앙은행의 골칫거리

증시 하락의 페이즈 1은 역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했던 각국 정부는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조금씩 드러냈다.

본격 금리인상 시그널은 물가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병목 현상 등 공급 차질이 주 원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글로벌 산업 밸류체인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았고, 원재료 수급난은 기업들의 제품 생산 차질은 물론, 원가 상승을 야기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곡물 가격에 비상이 걸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했다.

유가(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6월 8일 122.1달러까지 치솟았다. 또 천연가스 가격도 러시아의 노드스트림 송출 중단 등으로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올려놨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9.1% 오르며 1981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에너지와 식료품 등 전방위적인 물가 압력이 지속되자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을 넘어선 100bp 인상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매크로에 눈물 쏟은 국내 증시·증권사

인플레이션 압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달러 강세는 외국인의 이탈로 이어졌고, 수급 문제는 전반적인 증시 하락의 단초가 됐다.

1월 3일 종가 기준 2988.77포인트였던 코스피는 7월 6일 2292.0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6일 코스피지수가 3305.21포인트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만에 100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이다.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지난해 20조원을 훌쩍 넘었던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들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월(20조6541억원)을 제외한 2월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속 쪼그라들어 7월에는 13조원대에 그쳤다. 상승장의 주역이었던 ‘동학개미’ 역시 증시를 떠났다. 올 상반기 개인투자자 순매수액은 27조81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3조259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익 악화로 직결됐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지난 2년간 실적 서프라이즈를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 브로커리지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올해 이익 감소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59개 증권사의 상반기 주식중개수수료를 포함한 수탁수수료 수익(개별기준)은 2조750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조4909억원) 대비 38.7% 급감했다.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평가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금리 인상 행보가 채권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마다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실은 9000억원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상반기 증권사 손익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부문은 브로커리지와 채권 쪽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주요 대형사는 1000억원 내외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악화된 실적의 원인은 채권운용손실이 확대된 데 기인한다. 6월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며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증권사 ‘Smile Again’

상반기 최악의 시기를 겪은 증권업은 하반기는 그나마 업황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급등락하던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것이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

여기에 거래대금도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7월 이후 지수 반등이 나오면서 거래대금이 차츰 늘어나고 있으며, 외국인의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세가 완화왰고 거래대금 하방이 어느 정도 지지되고 있으며 그간 주가가 과도한 하락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증권주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견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1년간 증권업지수는 -23.3%포인트 하락, 코스피지수 하락폭을 3.3%포인트 하회했다. 증권업종의 PBR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0.44배까지 떨어졌다.

증시만 되살아나면 증권사들의 회복 탄력성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며 양호한 이익 체력을 나타낸 증권사들도 다수 존재해서다. 수익다각화를 통해 브로커리지와 채권의 부진을 IB와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자회사 효과 등으로 상쇄하는 등 과거처럼 브로커리지 천수답 영업환경에서 탈피한 효과를 톡톡히 증명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