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DB. 사진=박재성 기자
항공 DB. 사진=박재성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둔 항공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추석을 기점으로 여행 수요가 회복될 줄 알았지만 여전히 움직임이 느려서다. 하반기 국제선 운항 확대에 대비해 국토부 운항 규제도 풀었지만 좀처럼 소용이 없다. 이번 명절도 국내선 공급확대로 치열한 가격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추석 명절을 맞아 일부 노선의 증편 계획을 알렸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주요 LCC도 국내선 위주의 증편계획을 공지했다.

보통 명절은 동남아, 일본, 중국 등 단거리 해외 노선을 비롯 미주, 유럽노선까지 여행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올 추석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이 같은 ‘성수기 풍경’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업계는 국토부에 ‘국제선 운항 시간, 출도착편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입장을 지속 전달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6월 인천공항의 시간당 도착 편 수 제한(슬롯 제한)과 비행금지시간(커퓨)을 2년 2개월 만에 해제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항공사는 운항 노선을 전달 대비 증편했다. 총 2만8231편으로 공급 좌석 수는 521만6826석이다. 지난 6월 대비 각각 2391편, 좌석은 14% 확대된 규모다.

실제 탑승객 수는 크게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탑승객은 435만2172명으로, 6월(410만8077명) 대비 약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좌석 수를 10% 이상 늘렸지만 승객이 없어 텅텅 빈 항공기를 운항한 셈이다. 국내 항공사 평균 탑승률도 전월 89% 대비 약 6%포인트(p) 하락했다.

대한항공은 이달 국제선 주간 운항 횟수를 지난달 대비 11회 늘렸다. 아시아나항공도 17회 증편했다. 명절 시즌에 앞서서는 국제선과 국내선 공급을 함께 늘릴 전망이지만 역시 성수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국내선 증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주항공은 추석 기간인 다음 달 8일부터 12일까지 김포~부산, 김포~대구, 김포~여수 등 내륙 노선에 임시편 34편을 운항한다. 이번 임시편 운항으로 6400여석을 추가 공급한다.

티웨이항공은 김포, 대구, 청주, 광주발 제주행 노선과 김포~부산, 광주~양양 노선을 증편한다. 6개 노선에 총 8만5000석을 공급하기로 했다. 진에어는 일부 증편과 함께 전 노선 대상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추석도 큰 대목 효과 없이 국내선 출혈경쟁을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LCC업계의 고민이 크다. 제주행 티켓 등 인기 국내선을 대상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짙다. 업계는 벌써부터 ‘초특가 제주여행’ 등을 앞세워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여름휴가부터 추석까지는 업계 최대 성수기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손실이 더욱 큰 출혈경쟁 시즌으로 변했다”면서 “특히 제주행 노선의 경우 너도나도 공급을 크게 늘려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티켓도 다수”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