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검토 중단을 18일 선언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도출한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라는 설명입니다.

’혁신과 성장, 동반과 공유’ 라는 4개의 아젠다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입니다. 국민들이 겪고 있는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을 만들고,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모빌리티 파트너 및 이동 약자들과 동반 성장하며,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한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카카오 홍은택 각자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 공동체센터는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혁신에 기반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 이라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응원하겠다” 고 말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전 막전막후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카카오가 57.5%,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컨소시엄이 24%, 칼라일이 6.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몇 차례의 변곡점을 지나 10%대의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 2대 주주로 남겠다고 공시한 바 있어요. 

논란이 커졌습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 크루(직원)들은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당장 시위에 돌입하는 한편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들어갔습니다. 노동조합 가입이 폭증했고,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 입장에서 사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비즈니스 판단입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겪으며 자회사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힌 상태에서, 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아픈 손가락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당초 계획했던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을 시도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나빴습니다. 애초부터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었어요.

다만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는 '카카오 O2O 본능'이라는 상징성과, 매각에 반대하는 크루들의 반발에 카카오는 한 발 물러났습니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는 류긍선 대표 명의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크루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CAC에 제안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냈고 카카오도 이를 받으며 입체적인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검토 철회하는 결론이 내려진 셈입니다. 

매각 반대에 나섰던 노동조합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서승욱 노동조합 지회장은 “노동조합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구성원과 회사를 잇는 공식 창구인 만큼 앞으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을 위해 회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며 “모빌리티와 사회의 지속성장을 위한 방향이 매각이 아닌 것으로 결정되었기에 이후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대화기구가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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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일까?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혁신과 성장, 동반과 공유’라는 키워드를 통해 발전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적 기업의 행보와 닮았습니다.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노사 대화가 이뤄진 가운데 현장에서는 '혁신과 성장, 동반과 공유'라는 키워드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비전을 다듬는 것을 골자로 하되 시장 전반에서의 강력한 존재감을 키우는 비즈니스적 관점도 유지하기로 결론났기 때문입니다.

상장과 관련해서도 당장은 이와 관련해 액션플랜을 보여줄 수 없지만 추후 다양한 의견교환을 통해 추진될 수 있는 여지도 생겼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카카오 경영진들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전을 끝까지 추진하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매각전 소식이 알려진 직후 크루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시작되며 그 자체로 기업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별별 음모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크루들의 실력행사가 이어졌고, 카카오가 이를 일종의 엑시트 전략으로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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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함 크지만...희망도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전은 그 자체로 씁쓸한 뒷 맛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매각전 이야기가 시작된 초반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크루들과의 소통에서 일부 엇박자를 냈으며,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명의의 입장문이 나오던 시기에는 카카오가 다소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 고려 철회를 요청하며 그 결정을 모기업인 카카오 CAC가 해달라고 요청하자 카카오는 "모빌리티에서 자체적으로 협의체를 만들어서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안을 만든다고 하니 카카오에서는 이를 존중하고 지지하고 어떤 안이 나올지 기대한다"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 매각 철회를 요청한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존중과 지지를 전제로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카카오모빌리티가 만들어라"는 메시지로 보인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검토 중단을 선언한 것도 비슷합니다.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크루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무작정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추진했다가 이를 철회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잡음이 커질수록 카카오모빌리티 내부 동력은 약해지고, 외부의 시선도 곱지 않아 졌습니다. 일부 크루들 사이에서 "이럴거면 왜 그런 난리를 부린 건가"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이번 논란이 상처만 남긴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카카오라는 조직이 비록 엇박자를 내기는 했으나 끝까지 소통을 시도했고, 최대한 노사의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는 점은 희망에 가깝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예 눈과 귀를 막고 사업체의 인수나 매각을 강행합니다. 

카카오는 달랐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초반부 엇박자가 심했으나 끝까지 토론과 토론, 또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오해와 불신도 커졌으나 또 이러한 흐름과 과정이 서로를 이해하고 더 단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닙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전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은 카카오의 약한 기초체력을 만천하에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꼭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이 곧 카카오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이기도 하지만, 또 이러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곳 또한 카카오라는 것도 입증됐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