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D2SF 미디어 밋업이 17일 서울 D2SF 사무실에서 열린 가운데 D2SF의 투자를 받아 파트너로 활동하는 4개 스타트업의 소개가 이어졌다. 가지랩, 프리딕티브, 지이모션, 가우디오랩이 현장에 등장했다. 각각의 스타트업이 가진 '실력'을 체감할 수 있는 한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네이버의 가상공간 시장 노림수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많은 스타트업과 협력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강력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과 긴밀한 교류를 통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딕티브 윤시중 CSO 윤사중 대표, 가지랩 김영인 대표, 가우디오랩 오현오 대표, 지이모션 인연수 CBO. 출처=네이버
프리딕티브 윤시중 CSO 윤사중 대표, 가지랩 김영인 대표, 가우디오랩 오현오 대표, 지이모션 인연수 CBO. 출처=네이버

"개인 맞춤형 웰니스" "내 몸을 구글링하다"

첫 등판은 김영인 가지랩 대표다.

가지랩은 웰니스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많은 정보량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 개인 맞춤형 웰니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콘트롤 타워인 김영인 대표는 의사이자, 눔코리아와 눔재팬 대표를 역임하며 기업 성장을 이끈 바 있다.

김영인 대표는 "기업이 산업현장에 강력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파괴력은 상당히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웰니스에 있어 왜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은가에 대한 고민으로 가지랩을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주목한 것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다. 김 대표는 "웰니스 시장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개인에게 주도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헬스케어로 연결될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개인에 특화된 웰니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략이 가지랩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양호실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 전용 웰니스 커뮤니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슬랙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등 맞춤형 설문을 통해 스타트업 직원들이 마치 양호실에 가는 것처럼 맞춤형 서비스를 받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를 받은 후 시너지를 키우는 쪽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형 플랫폼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가능성 타진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리딕티브는 유전체 분석 정보를 담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질병 및 약물 민감도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현재 손톱 채취 방식으로 2만여 개 유전자를 분석해 22,500여 개 질병, 780여 개 약물 민감도를 예측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는 중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윤사중 대표, 윤시중 CSO가 이끌고 있다. 유전체학 전공자이자 존스홉켄스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중이다. 4분 차이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들의 프리딕티브 창업 배경은 아버지의 병환이다. 윤 대표는 "아버지가 중병에 걸린 일이 있었다"면서 "유전자 분석 전문가이면서 막상 아버지의 유전자 분석을 하지 않아 후회가 컸다.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윤시중 CSO는 프리딕티브의 가능성을 메타버스 제페토의 아바타로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의, 본인의 정보를 아바타에 복사해 건강과 관련된 리스크를 관리하는 개념"이라며 "다른 것도 아닌 '나'의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고 이를 의료현장에 활용하는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디지털 트윈 전략이다. 그는 "현재 130명의 디지털 트윈(아바타)을 확보해 전달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및 UAE 등에서 국가차원의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중"이라며 "미 항공우주국의 I-테크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고 말했다.

프리딕티브의 궁극적 목표는 '내 몸 상태를 구글링해 즉각적인 의료활동과 연결하는 세상'이다. 윤사중 대표는 "유전적 요인까지 고려하는 개인 맞춤형 예방의료 플랫폼을 구축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가상공간의 패션, 오디오의 마법"
인연수 지이모션 CBO는 "가상공간의 패션과 멋을 담당한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지이모션은 패션 특화 3D 시뮬레이션 엔진을 개발했다. 원단 재질, 피팅에 따른 패턴 변화 등을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구현해 몰입감을 높였고, 빠른 렌더링으로 사용성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상 피팅 솔루션, 3D 패션 제작 솔루션, 의상 디자인 솔루션 등을 개발했고 사실감 뛰어난 헤어 시뮬레이션 기술, 아바타 생성 기술 등도 보유하고 있어 디지털 패션은 물론이고 메타버스 산업에서도 필수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인 CBO는 "핵심기술은 실시간 헤어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했다. 

수 십만 가닥의 머리카락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기술은 그 자체로 쉬운 것이 아니다. 게임에 주로 민머리 남성이 등장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인 CBO는 현장에서 마야 프로그램을 통한 실시간 헤어 시뮬레이션을 시연하며 "생동감이 있는 헤어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버츄얼 휴먼 등의 현실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의상 시뮬레이션도 눈길을 끈다. 가상공간에서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상이 부자연스럽지 않게 흔들리는 것도 생동감에 있어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인 CBO는 "우리의 제루스가 덧대어지면 의상의 주름과 바람, 그림자 등을 실시간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전략까지 과감하게 진격하는 것이 지이모션의 큰 그림이다. 

그는 "패션업계와 메타버스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온라인에서 옷을 입어보고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가우디오랩도 등판했다. 

가우디오랩은 다양한 플랫폼 환경에서 몰입감 넘치는 오디오 구현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용자의 움직임과 공간 특성을 고려해서 입체적인 3차원 오디오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음향(Spatial Audio) 기술’로 잘 알려져 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국제 표준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음향공학박사 인력을 다수 확보하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력도 탄탄하다. 특히 이머시브 오디오 기술은 네이버 NOW.에 적용돼 이용자들의 콘텐츠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린 바 있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는 "많은 오디오 인재들을 확보해 많은 대기어들이 오디오 기술이 필요할 때 찾는 곳이 됐다"면서 "특히 공간 음향 기술에 대해서 고객들의 생생한 호평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음원 분리 기술도 가우디오랩의 강점이다. 여러 음원이 섞여있는 사운드를 하나, 하나 분리해주는 기술이다. 그는 "백문이 불여일청"이라며 뒤섞여 있던 사운드들이 하나 하나 분리되어 따로 들리는 신기한 장면을 현장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이어 "우리는 덕업일치로 즐긴다"면서 "오디오 기술의 강점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가상공간"
네이버 D2SF의 이번 밋업은 크게 헬스케어, 그리고 몰입형 기술 스타트업 소개로 요약된다. 일견 보기에는 분리된 스타트업들을 한 번에 소개한 것 같지만 사실 하나의 큰 맥락은 존재한다. 바로 메타버스 등을 위시한 가상공간 플랫폼이다.

실제로 개인에 특화된 웰니스를 추구하는 가지랩은 물론, 아바타로 비유되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내 몸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프리딕티브의 경우 헬스케어 영역에 속하면서도 그 플랫폼의 끝은 가상공간과 면해 있다. 

또 가지랩과 프리딕티브는 모두 개인, 즉 '나'에 주목하는 곳이다. 웰니스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 등을 해결해 개인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지랩, 그리고 '내 몸의 건강상태를 아바타로 복사해 구글링한다'는 도발적 주제로 무장한 프리딕티브는 모두 개인 맞춤형이자 '나'라는 정체성에 집중한다. 이 역시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공간의 정체성을 따라간다. 

이들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면서도 가상공간의 핵심 플레이어이자, 또 제페토 등을 통해 가상공간을 공격적으로 추구하는 네이버의 파트너인 이유다.

지이모션과 가우디오랩은 시작과 끝 모두 가상공간을 전제로 한다. 무엇보다 패션 특화 3D 시뮬레이션 엔진을 개발한 지이모션은 말할 것도 없으며, 오디오 스타트업인 가우디오랩은 몰입형 오디오 기술을 중심으로 단숨에 메타버스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는 B2B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들의 손을 잡은 네이버의 큰 그림도 엿볼 수 있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과 연대하며 생태계를 창출하는 한편, D2SF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의 큰 줄기를 가상공간에 진출시켜 헬스케어와 오디오 및 패션 등 다양한 세상의 '컬러'들을 복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양상환 네이버D2SF 리더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트업들도 기대가 크다. 

오현오 가우디오랩 대표는 "많은 대기업들과 일하는데 네이버는 유일하게 갑을 관계임에도 소위 갑질을 하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네이버의 강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사중 프리딕티브 대표는 "네이버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 교류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