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타이어 3개사가 최근 배포한 환경·사회적책임·투명경영(ESG) 성과 보고서에 친환경 제품 판매 성과를 기재했지만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각 사가 환경오염을 많이 배출하는 타이어를 개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관련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가 부족한 실정이다.

16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3사는 최근 ESG 활동의 성과와 향후 목표 등을 기재한 보고서를 배포했다.

각 사는 최근 시장으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ESG 활동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적극 전개하고 있는 점을 보이려는 취지로 ESG 보고서를 제작하고 있다. 기업별 ESG 보고서에는 환경(E) 분야 활동의 일환으로 친환경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것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국산 타이어 3사의 친환경 제품 관련 성과를 비교한 표. 출처=각 사
국산 타이어 3사의 친환경 제품 관련 성과를 비교한 표. 출처=각 사

다만 각 사가 과시한 친환경 제품 개발 판매성과에는 공통적인 지표가 없다. 예를 들어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친환경 제품의 판매수량 비율(53.0%)과 매출액 비율(54.4%) 등을 공개했다.

이에 비해 넥센타이어가 국내 6.6%, 유럽 9.8% 등 ‘친환경 제품 비율’을 기재해 한국타이어와 서로 직접 성과를 비교하기 어렵다. 넥센타이어는 제품 비율의 기준이 매출액인지 판매수량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는 친환경 제품 대신 ‘저탄소 제품’의 최근 수년간 매출액을 기재했다. 다만 저탄소 제품의 정의를 설명하지 않아 타사의 ‘친환경 제품’ 성과와 비교할 근거를 배제했다.

이밖에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양사가 지난해 재사용하거나 재생 가능한 소재를 의미하는 ‘지속가능 원료(재료)’를 제품에 사용한 비율이 29.3%, 23.3% 등에 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금호타이어는 2030년 40%, 2045년 100% 등 목표만 제시했을 뿐 기존 성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각 사가 규정한 친환경 제품의 정의도 서로 다르다. 한국타이어는 보고서에 ‘안전성능 충족 기후변화, 폐기물, 소음 등과 같은 환경영향 감소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고 기재했다. 이에 비해 넥센타이어는 ‘에너지 소비효율, 회전저항 성능 등이 시장 평균 대비 우수한 제품’이라고 표현했다.

금호타이어는 보고서에 친환경 제품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기입하지 않았다. 대신 ‘제품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이나 ‘내구성, 내마모성, 회전저항 저감 등 고효율 및 저오염 특성을 지닌’ 같은 수식어로 친환경 제품을 설명했다.

금호타이어가 지난 11일 배포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표지. 출처=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가 지난 11일 배포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표지. 출처=금호타이어

보고서 작성 표준없어…유럽서도 시행착오

각 사가 ESG 보고서에 서로 다른 성과 지표를 기재한 것은 업계에 통용되는 보고서 작성 표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다만 타이어 판매업 뿐 아니라 ESG 관련 보고서를 작성·배포하는 산업별 기업 모두에게 주어진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유럽에서도 기업별로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공시함에 따라 일관적으로 정보를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지속가능보고에 관한 글로벌 기준선을 마련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탄소중립 같은 정책이나 규제가 재무적 기업 가치에 끼칠 영향을 미래 지향적으로 보고하도록 압박받을 것”이라며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대응과 실질적 노력 등을 비롯해 관련 활동에 대한 충실한 정보 공개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난 5월 공개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라인업 아이온. 출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난 5월 공개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라인업 아이온. 출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편 타이어는 미세 플라스틱 같은 환경오염 물질을 만들어냄에 따라 공해성을 개선해야 할 품목으로 꼽힌다. 에미션 애널리틱스가 지난 2020년 분석한 결과 타이어가 달리는 동안 만들어내는 비배출 배출물(non-exhaust emission)은 같은 단위당 차량 배기가스에 담긴 것보다 1000배 많다. 타이어는 자동차 운행 중 노면과 맞닿는 동안 생긴 열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배출물을 만들어낸다. 미세 플라스틱은 공기 중에 떠돌거나 하수로 유입돼 환경을 오염시킨다.

업계에서는 자동차의 친환경화가 시장 트렌드로 자리잡은 만큼 이에 탑재되는 타이어의 ‘무공해성’도 힘써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경배 교통뉴스 교통전문위원은 지난해 대한타이어산업협회에 투고한 칼럼을 통해 “타이어 분야 또한 이제는 엔진이 아닌 배터리출력으로 달리는 무공해 차량에 적합한 전용 특성과 특색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