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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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 증시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물가 정점 통과 신호를 확인한 만큼 국내 증시의 추가 반등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연말까지 금리 인상 전망 확률이 조정됐을 뿐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90포인트(1.73%) 오른 2523.78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전일 대비 11.88포인트(1.45%) 상승한 832.15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리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는 미국의 물가상승률 정점 통과가 가시화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선호 심리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밤 미국채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 속에 원달러 환율도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현선물 순매수세가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전월 대비 0.0%), 근원 소비자물가(PCE)는 전년 동월 대비 5.9%(전월 대비 0.3%) 상승해 예상치(8.7%, 6.1%)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헤드라인 CPI의 하락은 익히 예견돼 왔으나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예상치보다 낮은 점이 투자자 이목을 끌었다. 

다만 미국 국채 수익률이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에도 하락이 제한적이었던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벤치마크 금리인 10년물의 경우 전일 대비 0.4bp 오른 2.78%,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은 4.4bp 하락한 3.21%를 기록했다. 

지난 주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자 9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지만, 이번 물가 발표 이후 빅스텝(50bp 금리인상) 전망이 우세해졌다.

금리의 하방 경직성이 두드러진 이유로는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메시지 때문이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는 기준금릴가 현재 2.5%에서 내년 말 4%까지 상승해야 한다고 말했고, 닐 카사카리 미내에폴리스 연준 총재는 내년초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전망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물가의 피크아웃은 분명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만 연준의 정책 방향성이 단숨에 바뀔 것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피크아웃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변화로 지표 발표 직후 시장의 반응은 합리적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여전히 물가 피크아웃만으로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하방 제한과 높은 임금상승 압력 등을 감안하면 연준이 당장 돌아서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질 수 있지만, 이후 연준의 변하지 않는 스탠스를 확인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을 야기하는 에너지를 비롯해 상품 물가는 피크아웃을 말할 수 있다 하더라도 견조한 서비스 물가 때문에 연준의 역할이 계속 요구된다"며 "최근 2~3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의 반락은 고무적이나 이 정도에 연준이 바로 물러서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이어 "이번 물가지표 발표 직후 9월 FOMC 금리인상 컨센서스는 75bp에서 50bp로 바뀌며 시장 기대를 반영했지만 연준은 고용 서프라이즈를 완충 장치로 삼아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제압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7월 FOMC에서 파월의장이 재차 근원 물가 중요성을 강조했듯 근원 물가 하락 추세를 추가로 확인하기 전까지 연준은 물가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물가 피크아웃을 확인하고 시장은 환호했다. 물가 추가 둔화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다만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부터 식료품 가격까지 전반적인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지표 한 번에 일희일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9월 FOMC 이전에 발표되는 8월 CPI를 한 차례 더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8월 잭슨홀 미팅과 9월 FOMC 이전까지 단기 반등은 유력함에 따라 이 기간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고 실적 개선세가 돋보이는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자동차와 2차전지, 유통, 음식료, 헬스케어 등이 유망 업종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