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회장인 제가 한번 기자와 데스크를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좀 마음 속에 할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쪽 기자하고 시간을 잡아 주시면 허심탄회하게 제가 설명해서 그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만나 보면 좀 달라지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부정적인 기사가 연이어 게재된 상황에서 회장님께서 해당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를 직접 만나 보시고 싶어하시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기사 내용 대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기자와 인사하며 실제 어떤 이유로 그런 오해가 발생되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시고 싶어하시는 거지요.

그러나, 컨설턴트의 경험에 의하면 회장께서 직접 기자와 데스크를 만나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려야만 하겠습니다. 이미 그 매체에서는 해당 논란에 대하여 수차례 반복적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기사 내용을 분석해 보면 이미 기자가 많은 관련 조직과 관련자들을 취재한 상태입니다. 상당부분 내부 고발성 정보가 기사에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기자의 기사는 단순한 맥락의 오해나 사실관계 혼동이 아닐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해당 기사는 특정 규제기관과 조사기관이 주목할 수 있는 성격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미 게재된 기사를 두고 사후에 여러 노력을 하시는 것 보다, 앞으로 어떤 부정적 상황 변화가 생길지를 미리 챙겨 준비하시는 것이 더 나은 위기대응일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회장님께서는 아직 기자들과 공격적인 분위기에서 대면해 커뮤니케이션 해 보신 경험이 없으실 것입니다.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훈련된 기자들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아주 위험한 행동입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반대말은 곧 허심탄회입니다. 준비하고 훈련을 여러 번 한 뒤 그들과 마주 앉더라도 승산은 높지 않은 게임입니다. 허심탄회하시다는 것은 곧 아무 무기나 갑옷도 입지 않고 전쟁에 나서는 꼴입니다.

만에 하나 기자들이 회장님의 진솔한 설명에 감화 받아 자신들의 취재 내용이 완전한 허위였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해보지요. 그렇게 되더라도 그들은 이전 관련 기사들을 순순하게 삭제하거나, 고쳐서 ‘해당 기사는 알고 보니 허위였다’는 톤의 기사를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허심탄회 한 커뮤니케이션을 회장께서 직접 하신 뒤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기자들을 만나 대화 나누시게 되면 최악의 경우, 이전 기사들 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사들이 재생산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기사의 품질이 높아지면 질수록 다른 매체에서 해당 기사를 받아 후속취재도 하게 될 것입니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아주 심각한 실수가 있다면, 기사는 훨씬 더 자극적으로 꾸며 질 것입니다. 사회적 공분을 만들게 되고, 이어지는 여러 기관의 조사 대상이 되는 것에 한발자국 다가가게 됩니다. 회장님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직접 만나 허심탄회 해 보겠다는 생각은 절대 위험한 것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과 실익을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