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긴 인생이 남았습니다>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

정년 이후 삶에 대한 책이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썼다. 정년은 모두에게 불안감을 준다. 정년 이후의 삶이란 ‘막(幕) 내린 뒤’의 인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년 이후 삶도 여전히 ‘본편(本篇)’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왜 정년은 불안한 것인지, 정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정년 이후 더 자유롭고 행복한 본연의 나로 살 수 있는지 안내한다.

▲정년퇴직이란 지금까지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지 인생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못해본 일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다.

▲정년 이후 필요한 것은 돈과 건강만이 아니다. 용기도 있어야 한다. 용기를 낸다면 정년 이후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퇴직 전에는 가족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했던 사람이라도, 용기를 낸다면 가족과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평생 일터라는 좁은 세계에서 살아가던 사람도, 용기를 낸다면 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의 가치는 생산성이 아닌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있다. 정년 이후의 삶이 두렵기만 한 사람이라면 생산성에 가치를 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일의 의미를 공헌감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타자와의 대등한 관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년이 와도 큰 걱정이 없다.

▲내 자리가 있다는 감각인 소속감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하지만 회사에서 했던 것처럼 가정에서 내 자리를 찾으려고 하면 가족들에게 불편한 존재가 되기 쉽다.

반면, 평생 일을 한 사람이라도 가사와 육아에 참여해온 사람은 은퇴 후에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만 사라질 뿐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정년 이후 고달파지는 것은 남자 쪽인 경우가 많다. 이전의 세계가 사라지고 사회적 지위도 의미 없어지면 심리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처럼 느낀다. 지금부터라도 집안일에 참여하라. 나이 들어서 고달파지고 싶지 않다면.

▲내가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듯이 가족이 내 욕구와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 직장에서는 미움받을 짓을 해도 자기 자리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정에서 그랬다가는 누구에게도 아무 존재도 되지 못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받아준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그 경험을 통해 비로소 이 세계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타인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당신도 이 세계에서 타인에게 공헌하면 어떨까? 이 세상에 특별한 뭔가를 남기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지 않아도 ‘내가 살았다는 걸 누군가가, 언젠가 기억해 주면 좋겠다’, 딱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비장해하지도 어깨에 힘을 주지도 말고 살아갔으면 한다.

저자는 이렇게 끝맺는다.

‘젊은 시절이든 인생 2막이든 지금 이 순간밖에는 살지 못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라는 날을 위해 산다.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인간의 가치는 산다는 데 있다. 지금 살아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거나 앞날을 생각하며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오늘이라는 날을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디디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