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갔던 국내 증시가 7월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물가와 금리인상 리스크가 잔존해 있어 쉽사리 주식 투자에 다시 뛰어들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금의 상승이 반짝 상승에 그칠 것인지 반등의 서막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때, 이코노믹리뷰는 ‘이주의 보고서’로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의 <베어마켓 랠리? 안도(Relief)' 랠리!>를 선정했다.

베어마켓(Bear Market) 랠리 vs 안도(Relief) 랠리

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을 뜻하는 베어마켓 랠리와 그렇지 않는 반등의 차이는 지수의 ‘저점’ 통과 유무이다. 베어마켓 랠리는 반등 이후 다시 저점을 낮추는 형태로 진행되지만 반대의 경우 그렇지 않다.

이를 구분하는 것은 경기든 기업실적이든 최악은 통과했다는 인식과 시차를 두고 개선되는 모습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펀더멘탈이 개선된 것이 맞다면 회복의 속도는 그 다음 문제다. 지금은 회복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 국면은 아니다. 최악은 지났다는 인식, 안도감이 반등의 동력이다. 이에 이번 반등을 베어마켓 랠리가 아닌 안도 랠리의 시작이라 판단하고 있다.

다만 회복의 경로는 V자 보다는 박스권을 높여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 회복의 속도가 빨라지기 위해서는 검증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주가 복원력 차이도 경기와 기업실적 불확실성의 차이로 설명될 듯하다. 현재 미국은 낙폭의 38% 수준을 복원한 반면 한국은 미국의 절반 수준의 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기 노출도가 더 큰 탓이다.

다행인 점은 매크로 측면에서 꼬인 매듭이 점차 풀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기폭제 역할을 했던 ‘공급망 병목현상’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 ISM제조업 공급망 배송시간지수는 2021년 5월 78.8까지 급등한 이후 지난달(7월)에는 55.2까지 하락했다. 경기둔화 우려가 일부 반영된 결과겠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했던 변수 중 하나인 ‘쇼티지’ 변수는 해소되고 있는 셈이다.

공급자배송시간의 안정화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PPI)의 안정을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공급자배송시간 지수의 급등이 물가 급등을 가져왔다는 점을 본다면 말이다.

물론 지금의 인플리에이션에는 복합적인 변수가 존재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과잉소비, 노동력 부족 및 임금상승, 전쟁 변수 등이 얽혀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폭제의 한 축이 진정되고 있다는 것은 불확실성의 변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며, 전쟁과 같은 공급 측 인플레이션 자극 요인이 확산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기업실적으로 초점을 맞춰갈 가능성이 높다.

실적 ‘선전’ 아닌 ‘개선’이 추가 레벨업의 열쇠

가장 극적인 약세장이자 동시에 강렬한 베어마켓 랠리가 공존한 IT버블 붕괴 국면이 주는 시사점이 이렇다. 결국 실적 개선이 시장 반전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총 3년간 진행된 약세장 속 총 9번의 기술적 반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실적 개선이 없는 밸류에이션 반등에 따른 주가 상승이었다.

해당 국면에서 기술적 주가 반등의 기간과 폭이 적지 않았기에 투자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동 기간 중 S&P500과 나스닥의 평균 반등 기간은 39일, 반등 폭은 각각 8.2%, 21.3%에 달한다. 긴 하락과 강한 반등이 번갈아 진행된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기업실적 전망의 반전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한국도 미국도 아직은 올해보다 내년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특히 한국은 지난 5월 이후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이 빠르게 진행됐고, 최근 실적 하향 조정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2분기 실적발표가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는 탓이다.

실적 전망 하향이 멈춘다면 하반기 전략은 명확

향후 실적 전망의 급격한 하향 조정이 멈추거나 안정화된다면 남은 하반기 전략은 오히려 명확해진다. 시장과 달리 올해와 내년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는 업종과 기업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은 움직이기 시작한 듯하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실적 전망만을 놓고 보면 ‘테슬라 롱(Long), 아마존 숏(Short)’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테슬라는 올해 대비 내년의 성장폭이 더 커지고 있다. 각각의 눈높이도 빠르게 상향 조정 중이다. 반면 아마존은 올해와 내년 이익 전망이 동반 하향 조정되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 기대치가 정체 중이고, 엑손모빌은 실적 전망은 상향 중이지만 올해 실적 피크아웃 시각은 유지되고 있고 골드만삭스는 성장의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대응법은 한국도 비슷할 듯하다. 이번 2분기 실적발표가 시장에 줬던 메시지는 ‘성장이 지속될 업종(기업)에 집중하라’는 점이다. 단기 박스권 속 종목장세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미국과 같은 논리로 올해와 내년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높아지는 업종은 자동차, 2차전지가 대표적이고 기계, 상사‧자본재 업종도 같은 동선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