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
출처=pixabay

올해 생명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채널 실적이 큰 변동성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신계약 초회보험료가 감소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개별 기업 실적으로는 높은 변동폭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대부분의 생보사에서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의 증가와 감소가 동반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저축성 상품 축소 기조로 인한 풍선효과와 지난해 흥행에서 올해 예년 수준으로의 회복 등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카슈랑스 초회료 감소세 지속… 업체별 증감폭 크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3개 생보사의 올해 1~5월 누적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2조287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510억원) 대비 10.3%(2631억2900만원) 감소했다.

다만 월별 초회보험료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년 동기보다 높은 성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5월 한 달동안 생보사들이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6101억원으로 지난해 5월의 5746억원과 비교해 소폭(6.2%) 늘었다.

이전 월들의 초회보험료는 1월 2497억원 2월 3409억원 3월 5390억원 4월 54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8%(735억원), 15.3%(615억원), 16.0%(1024억원) 10.0%(611억원) 씩 줄었다.

올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상품 판매가 있었던 생보사는 총 21곳으로 이중 초회보험료 감소가 발생한 업체는 총 11곳이다.

삼성생명은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급감이 발생한 대표적인 생보사다. 올해 1~5월 누적 초회보험료가 540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89억원) 대비 48.5%(5086억원) 줄어든 것이다. 업체 측은 코로나 이후 나타났던 초저금리로 상승한 방카슈랑스 판매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5월 기준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4131억원으로 올해에 근접한 수준이다.

푸본현대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 성적이 반토막 나며 급격하게 줄었다. 해당 업체의 올해 5월 기준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2382억원으로 지난해 5월의 5742억원과 비교해 58.6%(3360억원) 줄었다.

KDB생명 역시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지난해 5월 661억원에서 올해 5월 38억원으로 94.1%(622억원) 급감했다. 또 메트라이프생명 81.2%(144억원), KB생명 30.2%(187억원) 등 다수의 업체들의 높은 폭의 감소율을 기록 중이다.

또 신한라이프의 경우 신한생명의 전년 동기 실적과 비교하면 증가를 기록했지만, 오렌지라이프의 실적까지 고려할 경우 사실상 방카슈랑스 실적이 급감했다. 올해 5월 기준 신한라이프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29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5월 오렌지라이프가 기록한 306억원과 비교해 90.3%(277억원) 감소한 수치다.

반면 10곳의 생보사는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증가를 기록했다. 증가 업체들 역시 대부분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올해 5월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1470억원으로 전년 동기(182억원) 대비 705.3%(1287억원) 폭증했다. 이는 흥국생명이 선택한 방카슈랑스 전략 변경이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변액연금 쪽에 집중했으나 올해부터 저축성 상품에 대한 마케팅에 집중했다”며 “변액연금의 경우 월납 가입이 많지만 저축성은 일시납이 많아 초회보험료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도 방카슈랑스 성적이 급증했다. 지난해 5월 770억원을 기록했던 초회보험료가 올해 5월에는 2969억원으로 285.4%(2198억원) 급증한 것이다. 다만 주력 상품이나 전략 등에 있어 별도의 변화를 두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동양생명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화생명 역시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큰 폭으로 늘었다. 해당 업체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5월 1079억원에서 올해 5월 3297억원으로 205.4%(2217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일시납 판매 확대로 인한 효과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AIA생명 312.7%(500억원), ABL생명 154.1%(753억원), 하나생명 132.9%(108억원) 등 다수의 업체에서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 방카슈랑스 채널의 가장 큰 특징은 증가와 감소를 기록한 업체 대부분에서 큰 폭의 변동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생보사들의 저축성 상품 축소 기조와 금리 상승으로 인한 흥행 효과 종료 등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발병 이후 초저금리 시대가 시작되며 은행금리가 1%대까지 떨어졌던 시기에도 생보사들의 저축보험의 경우 3% 대의 금리가 제공됐었다. 때문에 해당 시기에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은행 예금 금리 등이 다시 오르며 방카슈랑스 판매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생보사들이 IFRS17 도입 대비 등을 위해 저축성 상품 판매 축소 기조를 보이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저축성 상품 마케팅을 강화한 업체가 있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판매를 줄이려 하는 곳이 있다 보니 그렇지 않은 곳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일종의 풍선효과도 존재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저축보험 금리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아지며 이례적으로 많이 팔렸던 것이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전략적으로 방카슈랑스 판매를 줄이고 있거나 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체로 저축성 상품을 줄이려 하는 기조가 있지만 판매량이 튀는 회사들도 있긴 하다”며 “수요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판매를 줄이는 곳이 있다 보니 남는 물량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