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인천공항. 사진=박재성 기자
한산한 인천공항. 사진=박재성 기자

휴가철 여객 수요를 기대하던 항공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고민이 깊다. ‘엔데믹(end+pendemic)’ 기대로 휴가지 노선 운항을 늘렸지만, 탑승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FSC(대형항공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간 탄탄히 실적을 받쳐준 화물 사업과 최근 증편한 유럽, 미국행 장거리 노선 탑승률이 꽤 높은 편이다. 올 휴가철에는 FSC와 LCC간 실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9월부터 중단했던 유럽 운항을 재개한다. 약 2년 6개월간 중단했던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을 살리기로 했다. 최근 장거리 여행객 증가에 따른 움직임이다.

시장도 대한항공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조1654억원, 영업이익 56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3%, 194.2% 늘어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도 주요 장거리 노선을 증편했다. 회사 측은 이달 중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주 5회에서 7회로 운항을 늘린다. 최근 양사의 유럽, 미주행 장거리 노선 탑승률은 90% 내외로 나타났다.

아시아나의 2분기 예상 실적도 나쁘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예상 매출은 1조349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18% 증가가 예상된다.

FSC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화물 실적에 더해 유럽, 미주 노선 탑승률이 선방하고 있다. 상용수요에 더해 장거리 여행객이 늘어난 덕분”이라며 “하반기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더욱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CC는 여전히 울상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를 중심으로 실적을 올리는 LCC는 여전히 탑승률이 저조하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주요 LCC는 최근 동남아 노선을 주로 증편했다.

태국, 베트남 등 인기 여행지를 대상으로 증편이 있었지만 각 노선의 탑승률은 50% 내외로 추정된다. 업체 간 중복노선, 취항 국가와 당국이 보수적인 방역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제주항공의 올 2분기 영업손실은 480억원으로, 지난 2019년 2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진에어도 3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웨이항공의 예상 영업손실은 220억원 수준이다.

일례로 베트남의 경우 한국행 탑승객만을 대상으로 공항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한다. ‘음성’ 반응이 있어야만 체크인이 가능하다. 현지 검사 후에도 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 귀국 후 PCR 검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근국 여행에 코로나19 관련 서류, 검사, 절차가 복잡해 여행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부는 “같은 고생이면 장거리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유럽, 미국행을 택하는 여행객도 적지 않다.

LCC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조짐에 새 항공기를 들이고, 노선을 증편했지만 생각보다 탑승률이 저조해 우려스럽다”면서 “당국의 방역 절차 등 안전과 관련해 충분히 동의하지만,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단거리 여객 외 대체 수익이 없는 LCC는 이번 휴가기간도 그저 버텨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