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형석 율아한의원 대표원장
사진=김형석 율아한의원 대표원장

한의원에서 아이들 진료를 보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맥진이나 설진 등 진찰을 해보면 불과 5~6세 정도 아이들도 상당한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흔히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문제없다‘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스트레스는 정신적 문제와 함께 육체적 문제까지도 유발하며, 이것은 성인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해당한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있어 스트레스는 어른들에 비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시기로, 스트레스에 대해 대처하는 힘이 취약하다. 일례로 스트레스성 소아탈모가 생기는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데, 특히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귀결되는 부분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이란 기관에서 코티솔(Cor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코티솔의 과잉 분비가 일어나게 되는데, 코티솔은 단백질을 분해하여 근육량의 감소와 약화를 유발하며, 지방 축적을 늘려 비만을 초래한다. 비만과 키 성장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비만인 아이들이 표준 체중의 아이들보다 키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골성숙도의 측면에서 비만인 아이들의 골성숙도가 빠르게 진행되어, 최종 키는 결국 작아질 수 있다.

스트레스는 아이들의 뇌하수체의 성장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반대로 성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는 결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정상보다 성호르몬 분비가 너무 일찍 시작하여 8~9살 미만의 아이들에게서 때 이른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 한다. 원래 2차 성징은 평균적으로 여자아이의 경우는 10~13살, 남자아이의 경우는 12~14살 정도에 나타난다. 이보다 이른 나이에 여자아이에게서 가슴의 멍울이 잡히거나 음모가 나타나며 초경을 하고, 남자아이에게서 변성기가 시작되며 음모가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은 초기에는 또래에 비해 성장의 속도가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히기 때문에 최종적인 키는 작아지게 된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의 저하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코티솔이 과도하면 면역 반응이 억제되고, 백혈구의 분화도 억제되어 외부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위생 관리가 쉽지 않으므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 다수가 한 장소에 모이는 장소에서 쉽게 감염 전파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면역력 관리는 필수적이다.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성 질환에 자주 걸리면서, 성장에 중요한 시기를 잔병치레로 허비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위장 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식욕 부진이 생기거나 또한 복통과 설사, 변비도 잘 나타나며, 흔히 과민성 장 증후군의 형태로 나타난다.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 문제시 영양분의 소화와 흡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성장에 필요한 필수 요소들의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대체 어떤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학업 스트레스’다. 과거에는 대학 입시를 앞둔 몇 년간의 스트레스가 위주였다면, 요새는 초등학교, 유치원 정도에서부터 교육 경쟁이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은 급격히 줄고, 어린 나이부터 공부와 학업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심리적 긴장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새학기증후군’이라고 불리는, 낯선 친구와 선생님,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노출되는 것도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한편, 친구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대표적이다.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과몰입하는 경우도 있고, 또래 집단과의 어울림에서 배제되거나 배제될까봐 두려움을 갖는 경우도 흔하다.

엄마, 아빠와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다. 부모의 무관심이나 불화 속에 방치되면서 애정 결핍성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과잉보호나 사사건건 불필요한 개입을 반복하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요새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런 풍조가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어린 나이임에도 서로의 외모를 따지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진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이런 스트레스들이 결국 아이의 키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눈높이를 맞추어야 현재 우리 아이의 스트레스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것은 활발한 육체적 활동이다. 특히 줄넘기, 달리기, 축구 등과 같은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성장판 자극을 통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은 아이가 재미를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새롭고 즐거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이나 캠핑, 주말농장 체험도 아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듯 적극적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반대로 마음 편안하게 이완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바로 ‘따뜻한 가정환경’이 그것이다. 아이가 가장 의지하는 존재는 바로 부모이고 가장 편한 곳은 집이다. 부모가 서로 화목하고 아이와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를 하며 편히 쉴 수 있는 가정이란 공간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생활 개선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성장에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증후와 상태에 따라 한약 치료나 침 치료, 운동 및 심리 치료를 하는 등 의학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다. 우리 아이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