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텍사스 주 오스틴 파운드리.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텍사스 주 오스틴 파운드리. 출처= 삼성전자

대만의 TSMC가 인프라 확장·언론 플레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동요하지 않고 반도체 인프라 확장 계획, 초미세 공정 기술 그리고 첨단 장비 확보를 통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며 조용하게 TSMC의 공세에 대처하고 있다. 

TSMC-일본의 언론 플레이 

반도체는 2021년 기준 대만 전체 연간 수출액의 약 37%, GDP 중에서는 약 18%를 차지한 대만의 주력 품목이다. TSMC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국민기업’으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렇기에 대만의 IT 전문 미디어들이 전하는 반도체 관련 뉴스는 대부분 TSMC에 유리한 논조가 유지된다. 대표적으로는 ‘디지타임즈(DIGITIMES)’,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 등이 있다. 해당 미디어들은 파운드리 영역에서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의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

TSMC보다 앞서 3나노 초미세 공정 반도체의 양산을 시작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대만의 미디어들은 공정의 낮은 수율(공정의 전체 생산에서 정상적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공격적으로 지적했다. 물론, 공정의 수율에 문제가 있었음은 삼성전자도 일부분 인정했으나, 대만 미디어들이 주장하는 ‘20%에서 30%의 수율’이라는 극단적 수치에는 다분히 친 TSMC적인 관점이 녹아 있었다.     

삼성전자 3나노 양산 공정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3나노 양산 공정 이미지. 출처= 삼성전자

이러한 언론 플레이에 최근에는 일본의 미디어들도 가세했다. 일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빼앗긴 반도체 업계 상위 입지를 아킬레스건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일본은 자국 내 TSMC 반도체 공장 건립 지원 등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현의 TSMC 반도체 공장 건립에 투자되는 약 1조1000억엔(약 10조5000억원) 중 절반에 이르는 약 4722억엔(약 4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7월 1일 일본의 경제 미디어 닛케이는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대한 보도에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회로 선폭의 측정방법이 기업마다 달라 단순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면서 “삼성전자의 ‘세계최초 기술’이 TSMC보다 앞선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닛케이는 “동사(삼성전자)는 5나노 반도체 공정의 양산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렸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3나노 양산에 대한 평가도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마이웨이 삼성전자

대만과 일본이 힘을 합친 전방위 견제에 대해 삼성전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가야 할 길을 걸어가고 있다. 오는 7월 25일 삼성전자는 화성 캠퍼스 사업장에서 3나노 반도체 제품의 공식 출하식을 연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3나노 기술 개발에 대한 경과를 발표하고 양산을 시작하는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첫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공정의 수율과 관련한 문제 해결 상황도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TSMC의 공격적 생산 인프라 확장에 대응하는 초대형 계획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건립 계획에 대한 WSJ의 보도. 출처= WSJ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반도체 건립 계획에 대한 WSJ의 보도. 출처= WSJ

미국의 경제 미디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향후 20년 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주에 총 11곳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는 계획과 관련해 텍사스 주 정부에 세제 혜택 신청서를 제출했다”라면서 “본 계획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의 신규 반도체 공장 건립에 약 2000억 달러(약 263조원)를 투자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미국 내 반도체 인프라 확장의 실행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대략적인 구상의 일환이며, 구체적 계획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의 모든 지표에서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리는 ‘2030 비전’의 실현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영역에서 메모리반도체 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의 아득한 격차를 마주하고 있기에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투자와 명확한 비전으로 조금씩 목표에 다가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물론,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들이 산적하지만, 지금과 같은 꾸준한 투자로 성과들을 낸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히 반도체 영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