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최고의 조직을 만드는가> 한근태 지음, 미래의창 펴냄.

저자는 조직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기술이 아닌 문화라고 말한다. 바로 조직문화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저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수직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자 호칭이나 직급을 없앤 기업들도 생겨나긴 했지만, 과연 김 과장을 직책명 빼고 그냥 '브라이언(Brian)'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뀔 것인가?”고 반문한다.

이 책은 성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 왜 조직문화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등 다양한 기업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성공하는 조직의 문화가 가진 7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어떻게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구축해야 조직과 구성원 모두 성장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7가지 조건은 ▲긍정적으로 저항하는 도전정신을 키워라 ▲신뢰는 극도의 투명성에서 나온다 ▲관성에 젖어 창의성의 촉을 잃지 말라 ▲책상 앞에 앉아서는 고객에게 공감할 수 없다 ▲창의력은 협력을 통해 나온다 ▲관리 감독 대신 자율성을 키워줘라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등이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이다.

◇넷플릭스의 규칙, “규칙이 없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단순하다. 규칙이 없는 게 규칙이다(No rules rules). 이 회사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근무시간도 정해진 것이 없다. 휴가와 경비에 관한 규정이나 승인 절차도 없어 누구든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여 수십억짜리 계약을 하고, 계약서에 직원이 직접 서명한다.

넷플릭스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긴다.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한다.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끈다. 이런 문화로 인해 비용은 기존 문화에서 보다 10%가량 증가했으나, 규칙을 없애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크게 올랐다.

성과를 많이 내는 직원들은 스스로 통제할 줄 안다. 그들에게 윗사람의 통제와 잔소리는 필요가 없다. 그들은 스스로 통제하고 동료들끼리 피드백하며 일한다. 규칙이 필요한 것은 무능한 직원들이다.

회사는 규칙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필요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재의 채용과 정리를 잘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무능한 직원은 가차 없이 내보내고,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결국 규칙이 없어도 알아서 일을 잘하고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지키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선반공은 평범한 선반공보다 임금을 몇 배 더 받는다. 그러나 위대한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1만 배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

최고의 인재를 모아 시장가치에 맞게 최고의 대우를 해줌으로써 조직의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높여야 한다. 최고의 조직은 최고의 사람들이 만든다.

그런데, 좋은 인재들이 상사 때문에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능한 상사는 기업의 혁신을 막고 조직의 성장을 더디게 한다. 넷플릭스는 상사가 마뜩잖게 여기는 아이디어라도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부추긴다. 회사는 인재들이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은 상사가 아닌 동료가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조직의 성패, ‘B급 직원’에 달려 있다”

넷플릭스의 인재관은 이상적이고, 다소 극단적이다. 하버드대학교 토마스 J. 드롱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3년 6월호에 ‘B급 직원에게 박수를’이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그는 회사 인력의 60∼80%를 차지하는 보통 수준의 B급 직원(B-Player)이 결국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므로 B급 직원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소수의 스타급 인재(A-Player)를 영입하고 조직내 하위 10%에 속하는 C급 직원을 솎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닷컴 버블 붕괴 당시 A급 직원들은 호황이 지나자 우르르 회사를 떠나버렸다. 반면, B급 직원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기업이 다시 부흥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B급 직원은 일상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낸다. 그들은 최전선에서 일하는 말(馬)이자 전투병이며, 경영층의 비전을 전파한다. 자신의 업무를 꾸준히 하기에 신뢰할 수 있다. 비전을 만들고 일을 성사시키며 대형거래를 마무리 짓는 A급 직원은 꼭 필요하지만, 견실한 B급 직원들이 없다면 회사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검증 안된’ 자기 확신, 조직 무너뜨린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조직은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상사와 그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로 둘러싸인 조직이다. 스스로 잘 안다는 자만심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가장 위험하다.

대부분 조직이 무너지는 건 이런 잘못된 확신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늘 자기 확신을 조심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면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조직의 도전하는 문화, 질문하는 문화가 이런 편향을 보완해줄 수 있다.

타인의 시각을 통해 내 관점을 다듬어볼 수가 있다. 남들의 질문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검증할 수 있다. 직원들이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고 스스로 알아서 일해야만 제때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물론, 질문을 잘 주고받을 수 있는 조직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조직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리더가 기업 안팎의 여건, 즉 시장 상황이나 조직 규모 등이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조직의 중심이 되어 조직 문화 차원에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조직의 미션-비전부터 만들라

조직문화를 구축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리더의 미션과 비전이다. 어떤 철학으로 기업을 경영하는지는 보여주는 것인데, 글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존슨앤드존슨의 핵심적인 신조는 ‘책임’이다. 구체적으로는 환자, 의사, 간호사, 아버지와 어머니,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책임,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책임, 지역사회와 세계 공동체에 대한 책임, 주주에 대한 책임이다.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하는 문화 조성해야

리더는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하는 문화를 조성하여 혁신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일에 대한 가치관과 규범을 하나로 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치관과 규범을 넘나들게 해야 한다. 어떤 때는 통일성을, 어떨 때는 협업을,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경쟁을 선택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양날의 검이므로 양극단을 왔다 갔다 하는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이성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것, 결정 전에는 치열하게 갈등하지만 결정 후에는 뜨겁게 화합하는 것, 통일을 강조하지만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것, 이런 유연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