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 사진=정다희 기자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 사진=정다희 기자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초년생들은 보통 이 돈을 모아서 언제 부자가 될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꿋꿋이 일관적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심리적인 무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유동성 완화정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례적인 통화 완화정책은 모든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렸고, 자산을 보유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이들을 ‘벼락거지’라고 이르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자산 보유에 열을 올렸다.

다만 글로벌 주요국들이 최근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자산시장 전반이 조정 받고 있다. 그간 풍부해진 유동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측할 수 없던 악재들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무리해서 자산을 늘린 젊은 투자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장은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산축적의 지름길 찾기에 골몰하기 고민하기보단 전 생에 걸쳐 정도(正道)를 밟아갈 것을 제안했다.


자산시장 조정에 MZ세대들의 자산관리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지금 MZ세대들은 청년기에 자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오르면서 자산보유 여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을 겪었다.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이들의 심리적 박탈감도 커졌고, 때문에 자산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엄청 컸던 세대다. 이들은 투자도 많이 했고, 글로벌화 돼있는 세대다. 디지털 환경에서 크면서 해외투자에도 적극적이며, 가상화폐 등 위험한 자산에 대한 수용력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자산시장 조정은 위기라고 생각도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생각도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악재들이 겹친 상황이다. 자산 축적에 대한 열광과 탐욕의 시장에서 공포와 두려움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지금 MZ세대들은 (자산축적 과정에 대해 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시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초년생들의 자산관리 전략은 어떻게 짜는 것이 좋은가

“두 가지 기둥을 세워야 한다. 한 가지는 검약(儉約), 또 한 가지는 장기적으로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산을 모아가는 것이다.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자산을 키울 수 있는 건 주식자산이다. 퇴직연금, ISA 등 소액 적립식 투자를 통해 장기간으로 키울 수 있는 자산을 선택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은 연 7~8%가 가능하다. 주식형 펀드가 대중화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이나 자본 선진국에서 교과서적으로 해온 투자가 한국에서도 가능해진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 외엔 달러 베이스 자산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환율은 장기간에 걸쳐서 평균으로 회귀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고 있더라도) 일단 꾸준히 달러 자산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본인도 연금계좌에 있는 해외펀드들 환헷지 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근로소득은 수명이 정해져 있는 자산이다. 근로소득을 금융‧부동산 자산으로 전환시켜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재테크의 기본 프로세스다.”

경제적 자유를 통한 조기은퇴 바람, ‘파이어족 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은 어딘가에 베팅을 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투자자 벤자민 그레이엄은 빨리 부자가 되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파이어족 붐은) 세대적 가치이지만 사실은 파이어족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에서 MZ세대들을 대상으로 연구조사 해본 결과 의외로 파이어족에 대한 욕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게다가 시장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곧 그런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산시장 불안과 함께 노후대비를 걱정하는 젊은이들도 많아졌다

“최근 시장이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주변에서도 대응 방법을 묻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 (투자를) 5년 이상 더 본다고 생각하면 지금은 자금을 더 넣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 역사에서 2년 정도의 약세장은 매우 흔한 일이다. 보통 투자자들이 2년~3년간의 약세장이 끝날 때쯤 시장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렇게 수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약세장을 견디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강세장에 진입해서 돈 번 사람은 10%도 안 될 것이다. 노후대비와 관련해서는 공식은 없지만 최소한 월급의 30%는 연금투자 등에 할애해야 노후대비가 가능하다고 본다. 본인은 30대 때 저축률이 50%였다. 보험료를 제외한 금액이다.”

MZ세대에 자산관리와 관련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단기 목표를 수립한 사람은 주식하면 절대 안 된다. 1년 단위의 저축액을 정해 목돈을 모으고 굴리기 시작해야 한다. 본인도 30대 초에 7년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모은 적이 있었다. 앞서 말한 방법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적립식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으니 10만원이라도 시간 지평을 길게 가져갈 수 있게 투자하면 된다. 투자 경험이 전혀 없다면 Tiger 미국S&P500 ETF 같은 S&P500을 사서 모아라. 해외주식도 괜찮다. 인덱스 투자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꿋꿋이 일관적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심리적인 무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수명이 길어진 사회다. 본인의 가치를 점점 더 높여서 복리기계로 만들어야 한다. 인간의 능력이나 지식도 비선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돈도 마찬가지다. 폭발하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투입을 해야 아웃풋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