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빅체인지 7> 최윤식 지음, 김영사 펴냄.

미래학자 최윤식이 팬데믹 이후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혼용되고 있는 개선, 혁신, 변혁의 개념부터 구분한다.

개선(改善)은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을 고쳐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영어로는 Improvement다. 외부 형태는 그대로 둔 상황에서 내부에서 좀 더 이로운 것을 찾아내는 상황이나 행위를 가리킨다.

혁신(革新)은 Innovation이다. 기술 혁신이라고 하면,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가리킨다. 산업계에서는 현재의 재화나 서비스로 풀 수 없는 고객의 불편함이나 불만 등 페인 포인트(pain point, 통증점)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례로는 아마존과 우버, 배민 같은 배달앱, 당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이긴 하나 외부 카테고리나 시스템 전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

변혁(變革)은 Transformation이다. 내부의 변화 수준을 넘어 형태까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상황이나 행위를 말한다. 기술 분야에서 보면, 인터넷 발명과 전자상거래 발명 등이 해당된다. 이것들은 소통이나 상거래의 형질과 유형까지 완전히 탈바꿈시킨 기술이다.

만약 주요 선진국들이 디지털 법정화폐(CDBC)를 발행하고 상업은행 역할을 중앙은행이 대체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에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 엔데믹 세상의 7가지 빅체인지

저자에 의하면 IT 버블 붕괴, 부동산 버블 붕괴, 코로나 19 팬데믹 셧다운이라는 세 차례의 위기를 겪는 동안 기존 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졌다. 기존 시스템의 일부를 고치거나(개선) 대체하는(혁신) 방식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현재 문명을 지탱하는 거의 모든 시스템을 새것으로 대체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세상이 뒤집어질 엔데믹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미래 통찰력’을 강조해온 저자는 7대 변혁 키워드를 소개한다. ①변혁, ②그리드락(Gridlock, 교착), ③스탠딩 웨이브(Standing Wave), ④파에톤(Phaeton)의 추락, ⑤신(新)대항해 시대, ⑥생존학습, ⑦3무(三無)가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키워드는 국제관계와 경제시스템의 변혁, 국내 일자리와 부동산 전망, 곧 닥칠 이벤트와 미래 세대가 맞닥뜨려야 할 난관 등 사회 전방위적 변화를 관통하는 동시에 단기·중기·장기 변화를 아우른다.

◇ 이커머스가 전기차를 개발하고 은행이 유통업에 뛰어든다

‘변혁’은 엔데믹 세상을 관통하는 단어로, 시스템이 무너져 산업 간 경계가 파괴되고 완전히 뒤섞인 새로운 판이 펼쳐지는 것을 이른다. 모든 변혁은 ‘강제적 선택’에 의해 시작되고 ‘예측 불가능한 경로’로 진행된다.

이커머스가 전기차를 개발하고 은행이 유통업에 뛰어들어 기존 기업과 경쟁하는가 하면 기업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전환되는 것이다.

저자는 “경계가 파괴되고 뒤섞이는 과정에서 어떤 것은 사라지고, 합쳐지고, 새로 나타나는 불균형과 혼돈이 이어지지만(무질서) 결국에는 새로운 경쟁과 협력 구조가 생기면서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지배 시스템이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예견한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동맹국 신화가 사라진 국제사회

‘그리드락’은 교차로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이 뒤엉켜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할 수 없는 마비 상황을 가리키던 용어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변혁 초기의 경계 파괴, 혼돈, 무질서 상태에서 발생하는 교착을 의미한다.

국제사회에서도 갈등이 과잉되어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 주도 국제질서 유지에 난 큰 구멍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애초에 전쟁을 막지도 못했으며, 전쟁 발발 이후에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열강들의 이합집산이 반복되는 중이다. 적군도 아군도 없는, 한 푼의 이득이라도 취하기 위해 다극체제와 다극동맹이 판을 치고 군사적 충돌까지 불사하는 시대, ‘옹졸한 미래’가 매우 가까이에 있다.

◇위험한 인플레이션, 위험한 지구

고속주행을 하면 열이 축적되어 타이어에 물결무늬 변형 ‘스탠딩 웨이브’가 생긴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면 타이어가 파손되어 대형사고가 터진다.

국제정치가 교착에 빠지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현상, 인플레이션으로 국민 불만이 끓어오르는 현상, 지구의 기온이 급상승하는 현상 모두가 스탠딩 웨이브다. 그 끝은 파멸이다. 따라서 반드시 주행을 멈춰야 한다.

저자는 ‘매우 높고 위험한 인플레이션 시나리오’와 ‘지구 재앙 시나리오’로 스탠딩 웨이브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대폭락

지나친 자기과신으로 추락하고 마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파에톤’처럼, 기준금리를 빠르게 크게 올려도 미국 경제가 버틸 수 있다는 연준(FRB)의 자기과신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투자시장이 대폭락하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저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버블로 인해 ‘자산시장 대학살’이라는 추락상황을 맞닥뜨릴 것으로 우려한다. 추락의 밑바닥은 따로 있다. 극심한 사회 갈등과 정치 분열이다.

◇ 인공지능 기술-가상화폐 시스템 선점 전쟁 시작

15~16세기 포르투갈은 유럽 변방국으로 만족하지 않고 신항로를 개척해 대항해 시대 승기를 잡았다. 21~22세기에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최강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신대항해 시대’에 승자 산업은 개인용 자율주행 수송장치, 첨단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로봇, 반도체, 인공지능 서비스, 온톨로지 플랫폼, 도시서비스 등 7가지다. 모두 변혁적 기술 기반 산업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화폐경제 시스템의 변혁에 주목한다. 현존하는 1세대 암호화폐들이 추가 발전을 거쳐 마지막 4단계에 이르면 디지털화폐 간 선점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성인 교육시장에 기업들이 뛰어든다

경기대침체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일자리,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생존학습’ 시대가 열렸다. 이에 발맞춰 성인 교육시장이 만개하고 있다.

입시 전문 교육기관이 실무교육 분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빅테크 기업이 교육시장으로 진출했다. 사람이 아닌 기술로 교육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이 강력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 빅테크 기업을 위협하는 위치에 오를 것이다. 이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이 승기를 잡는다.

◇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감시사회가 도래한다

엔데믹 시대의 마지막 키워드는 3무, ‘무기력·무관심·무의미’다. 급속한 변혁이 일어나는 동시에 국내외 곳곳에서 그리드락(교착)이 심화되고, 경제금융 환경은 스탠딩 웨이브를 거쳐 파에톤의 추락을 겪고, 주력 산업이 확 바뀌면서 생존학습 압박이 심해졌다.

이런 변화를 모두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부작용이나 부적응이 나타난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거라는 느낌에 시달리고(무기력)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 자체를 끊어버린다(무관심). 일이나 미래에서 의미를 발견하기보다 오로지 자기에게만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무의미),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미래가 올 수 있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터, 블록체인, 디지털화폐 등 최첨단 미래 기술이라는 토대에 3무가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매우 불행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와 사회 분야 불안, 경쟁, 갈등 지수가 높다. 한국에서 경제적 안정보다는 공동체 합의가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