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정비는 경기침체 극복 구원투수”

정부가 발표한 ‘4대 강 살리기’와 관련, 낙동강권역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일대 낙동강변에 비닐하우스와 노지 밭작물이 가득하다.

‘4대 강 정비가 대운하의 전초 작업이 아니냐’는 일부 여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천정비와 운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반응이다. 심명필 한국수자원학회장(인하대 교수)은 크게 3가지 점에서 하천정비는 운하건설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첫 번째 차이점은 굴착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운하의 경우 뱃길을 내기 위해 수심을 깊게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제시한 계획안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배를 띄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심 회장은 말하는 두 번째 차이점은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수리시설인 보(洑)에 있다. 운하를 건설할 경우 보의 높이를 10m 이상 높게 지어야 하며, 보 옆에는 관문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하천정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사업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면 운하사업과는 무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천변저류지 준설 등 운하사업에는 불필요한 사업들이 포함돼 있는 게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천정비는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인데 예산부족으로 지금껏 대규모로 진행하지 못했던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심명필 회장도 동조했다. 그는 “하천정비와 관련해선 그전부터 수없이 예산을 증액시켜 달라고 주장해 왔던 사항”이라며, 특히 “2002년부터 올해 말까지 12개 강의 종합치수계획을 확정하기로 돼있었다”고 말했다.
예산 규모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의 ‘4대강 하천정비사업’은 12개 강 중 4개 강을 우선 선정해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14조원에 달하는 전체 예산 규모도 적정하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12개 강 종합치수에도 약 20조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하천정비는 단순 치수만이 아닌 하천환경 개선작업까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므로 예산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세의 경기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천기술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증액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그 근거로 국내 치수사업비가 1980년대 이후 GNP 대비 0.07%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우리의 7배에 달하는 0.45%를 책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천정비 예산증액 요구 수없이 했다”
사업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홍수피해 대비, 경기부양, 수자원 개선 등의 이유를 들었다. 심명필 회장은 “국내 하천의 하천유량변동계수는 다른 국가 하천에 비해 매우 큰 편”이라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천유량변동계수란 하천에 물이 가장 많을 때와 가장 적을 때의 차이를 수치로 표현한 것인데 템즈강이 8, 라인강이 18인 것에 비해 한강은 90, 낙동강은 260, 영산강은 320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 하천이 수량 변동이 크다는 것인데 문제는 한강을 제외하면 국내 하천 대부분은 물을 모을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심 회장은 이번 4대강 정비를 통해 수질개선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수나 농공용수 부족 문제도 어느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세의 교수는 “특히 낙동강의 경우 경사가 완만해 홍수기 침수가 오래가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하천정비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환경단체들로부터 제기된 홍수피해의 본질은 본류가 아닌 지류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상원 교수는 “본류가 정비되지 않으면 지류는 정비해도 큰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실제 피해에 있어서도 지류 쪽이 피해 빈도는 더 높을지 몰라도 피해 규모 자체는 본류 쪽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상의 이유로 어느 한 곳을 먼저 정비해야 된다면 본류를 먼저 하는 게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의견에 대해서 심명철 회장도 “지류 물이 맑으려면 본류 물이 맑아야 한다”며, “이번 계획이 단지 본류만 정비하는 것이 아닌 종합치수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상원 교수는 경제적 실익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하천정비는 언젠가는 해야 될 일이었고 무리하게 대규모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 파급효과도 더 크다”는 것이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과 교수 역시 “4대 강 정비사업이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원투수”라는 의견이다.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건설경기 부양은 차선책이지만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심명필 회장은 4대 강 정비를 통해 침수피해 복구비용 절감, 수질개선으로 인한 이익, 환경개선을 통한 환경적 편익 및 관광수입 증대 등 여러 직접적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수자원사업은 종합적 성격을 띠기 때문에 고용창출과 생산유발 등 연관 산업에 간접적으로 미치는 경제효과 역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

인터뷰 |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

“대운하 소모적 논쟁은 끝내야”

정부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건설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부터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한 건설업계의 입장을 들어봤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실제로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최근 미국에서 촉발된 사상초유의 국제 금융위기와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건설업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자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2012년까지 14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정비사업은 신규 취업 19만명 창출 및 23조원의 생산유발을 일으켜 침체된 지역경기와 지방건설업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같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집중 투입과 신속하고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 또한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비사업의 예산을 지자체에 배정해 지자체 발주를 통해 지역 중소업체가 많이 참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오히려 하천 생태를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실제로 4대강의 오염 실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현재 낙동강 하류의 경우 가뭄으로 물길이 끊긴 채 거대한 육지로 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10년간 매년 반복되는 홍수로 인한 피해가 사망 21명, 이재민 5,389명, 재산피해 6788억원 이며 연평균 복구비용도 1조 900여원에 이르고 있다.
강바닥 퇴적물 준설은 하천의 보유수량을 높여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태하천 조성으로 잃어버린 생태를 복원하는 것이며 강변 정비는 접근성 차단으로 방치돼 죽어가고 있는 공간을 삶의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노후된 제방을 보강하고, 퇴적된 구간 정비는 물론 하천생태계를 복원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4년간 14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하천을 정비하는 것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최근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우회추진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쓸린 것은 올해 초 정부가 한반도 대운하사업을 추진하다가 지난 5월에 ‘5대강유역 물관리 종합대책’ 연구용역을 추진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내용을 보면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터널 설치와 인공수로 조성 등이 빠져있고 운하용 보와 갑문도 만들지 않는 것을 보면 대운하 사업과는 전혀 다른 사업임을 알 수 있다.
또한 4대강을 포함한 12대강 정비사업은 2002년부터 국가의 장기적인 계획에 의거 추진돼 왔던 사업이고 각 지자체도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 하천환경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사항이다. 따라서 이제는 대운하냐 아니냐는 소모적 논란을 끝내고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토의 종합적인 물 자원 관리 차원에서 정부가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