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현실화에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연초 대비 30% 이상 내렸는데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위기론을 감안해도 가격이 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처=SK하이닉스
출처=SK하이닉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8만9100원으로 장을 마감, 최근 1개월간 15% 가량 하락했다. 지난달 중순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0만원선이 깨진 후 이달 1일 9만원대까지 무너졌다. 연초와 비교하면 약 30%나 떨어졌다.

경기침체를 감안한 IT 수요 둔화 등이 주가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 주가가 바닥 수준에 가깝다는 분석이 다수 나오고 있다.

과거 주가가 이보다 더 하락한 경우는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한 경우 외엔 존재하지 않는 데다, 수요 둔화로 인한 가격 하락 압력은 반도체 생산자들의 공급 조절 전략으로 상당 부분 상쇄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장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보니 삼성전자는 4만원, 하이닉스는 7만원 얘기가 시장에서 (비공식적이라 해도) 제기되는 듯하다”며 “핵전쟁이나 제 2의 코로나, 중국이나 미국의 금융 시스템 붕괴 등과 같은 블랙스완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삼성전자 5만원, 하이닉스 7만원 이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분기 삼성전자가 9390억원, SK하이닉스가 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때 밸류에이션 배수인 PBR(주가순자산비율) 1.04배, PBR 0.72배를 현재에 대입해보면 각각 5만1200원, 7만5800원의 주가가 산출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004년 이후 현 주가 수준까지 하락했던 때는 2016년(메모리 업황 악화, 영업적자 전환 우려,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 강도 급등 우려)과 2019년(D램 고객 재고13~15주 급등, D램 가격 급락 및 영업적자 전환 우려) 단 두 번뿐이었으며, 모두 단기간 내 반등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격한 수요 위축이 D램의 가격 급락과 SK하이닉스 수익성이 급감했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2개월 선행 PBR 0.6배까지 낮아졌던 경험이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를 가정해도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바닥을 확인해갈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 우려 역시 공급조절 전략으로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마이크론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계연도(FY)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91억달러) 대비 19억달러 낮은 72억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 급감 영향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D램의 재고수준을 감내하고,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수요 악화가 가속화한다면 반도체업체는 재고 전략을 더 활용하고 투자는 축소하거나 보류를 발표하면서 시장(고객사)에 가격인하 압력을 낮추라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나쁜 경우의 수를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적자보다는 일시적 소폭의 적자 가능성 정도를 열어두는 것이 현실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연초 대비 주가 추이. 출처=구글 갈무리
SK하이닉스 연초 대비 주가 추이. 출처=구글 갈무리

반도체 산업이 상승과 하락의 순환 주기를 가지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과 같은 급락을 분할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초반까지는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하향될 가능성이 높지만 주가는 선행적으로 바닥을 찾을 것이고, 2023년 상반기가 지나면서 재차 근본적인 수요(자율주행차, AI서버 등)에 대한 고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최악으로 보일 때가 분할 매수 기회”라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경우 차후 누구나 주가가 안정화됐다고 인정하는 시기에는 큰 폭의 주가 상승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