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말에서 시작된다. 정확, 정직, 정통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1. 트로이 카산드라 공주의 배신

그리스신화로 일리아드의 <오디세이>의 마지막인 트로이 전쟁에는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의 딸 카산드라 공주의 사건은 슬픔과 교훈은 크다. 공주의 미모에 반한 아폴론이 구애를 하자 그 대가로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을 요구한다. 공주는 그 능력으로 그리스 연합군의 침공 사실을 알지만 그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뿐 아니라, 두고 간 목마에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알렸으나 아무도 믿지 않아 조국의 함락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아폴론에게 약속했던 구애를 거절했기에 예지력 대신에 설득력을 뺐어갔기 때문이다.

신뢰는 약속에 대한 이행을 기본으로 한다. 제법 긴 기간동안 수차례 쌓여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자기경영, 꿈의 성취를 위해 조직, 거래자, 주변의 도움이 필수다. 기본이 커뮤니케이션, 말(言)이고 믿음의 기본을 이룬다.

그런데, 두 가지의 고민에 빠진다. 상대와의 문화, 생활 습관이 다르다는 것과 말에 대한 인식이나 수준이 다른 것 때문이다.

2. 새로운 고민 - 말의 뜻과 기준이 다르다

최근에 겪은 3가지 경우를 들어 본다.. 같은 말을 했는 데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로 재미와 황당함이 오가는 일이다.

에피소드 #1 : “청소해라”라고 지시한 후 확인을 해 보니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왜 안 했냐”고 물으니 “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저분하지? 저건 왜 안치우고?” 그러자, “그것까지 치우라고는 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에피소드 #2 : 강의 휴식시간을 주며 “10시 5분전까지 자리에 앉으세요” 그랬더니 몇 명이 오질 않았다. 10시를 넘어 들어왔다. 늦은 이유를 물었더니 “10시 5분전까지 오라고 해서 10시 2분, 10시 3분에 들어온 것입니다”

에피소드 #3 : 신제품으로 ‘괄도네넴띤’이 나왔다며 맛있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그냥 말로만 들어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글자를 보고서야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래 제품 포장의 글자를 보자. ‘팔도비빔면’의 글자를 부수어서 조립한 글자이다. 같은 방식으로 대구를 ‘머구’라고 하고, 멍멍이를 ‘댕댕이’, 대통령을 ‘머통령’이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

희한한 세상이라고 하니 ‘늘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영어로 ‘Hello!(여보세요)’란 말이 1880년대에 전화기 보급을 위해 에디슨이 만들어 쓴 단어라는 것이다. 1960년대 초반에 영국의 BBC텔레비전 시리즈에 신입사원이 출근 길에 Hello!라고 인사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기성세대가 나온다고 하니…

3. 믿음의 근거 - 정확, 정직

정확, 정직해야 신뢰가 쌓인다. 그런데, 실제 정확, 정직의 정확성(?)은 무엇일까? 그나마 ‘숫자’가 있는 경우는 따질 수가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흔히 말하는 허용치 때문이다. 사안 따라, 사람 따라, 가격 따라, 심지어는 문화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키가 얼마세요?”라고 물을 때, 170센티 혹은 171센티라고 하는 것과 170.5센티라고 하는 차이는 어떤가? “그 양복 얼마에 샀어요?’라는 말에 35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자기도 사러 갔더니, 357,000원이라고 한다. 그 정보를 준 사람이 정확하지 않거나 정직하지 않은 것일까?

내 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끝없이 맞닥뜨리는 주제이다. 고객과의 관계, 거래처와의 관계, 내부 조직 구성원의 관계에서 다를 수 있다.

4. 정통해야 정확, 정직을 따질 수 있다.

정통함은 끝없이 공부하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공부라는 단어만으로는 적절함이 모자란다. 어려운 한자이지만 천착(穿鑿)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DRILL DOWN’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로는 ‘① 구멍을 뚫다. ②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하다’로 나와있다. 우리 나라 같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그만큼 세계적 경쟁자에게 노출된 상황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이자 삶의 원칙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를 새겨 본다.

하나는 필자가 모셨던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담은 신장섭 교수의 책 <김우중과의 대화>에 나오는 대목이다. ‘대우의 세계경영전략이 유효했던 요인 중 하나로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수동, 반자동, 자동 설비를 다 겪어본 엔지니어와 매니저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공장 설비의 활용성과 유연성을 높일 수 있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천착으로 정통함을 가지고 있기에 전세계 어디서나 적용할 경쟁력을 갖추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내가 만든 제품, 서비스에 정통하면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하거나 고객과의 협상에서 큰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이 때문이다.

정통함에 어울리는 삶의 태도는 맥아더 장군이 좋아했다는 사무엘 울만의 시(詩) ‘청춘’에서 찾을 수 있다.

청춘(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 여섯이건 가슴 속에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

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

그대와 나의 가슴 속에는 이심전심의 안테나가 있어

사람들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

기쁨,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雪]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氷]에 갇힐 때

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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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창·칼의 자기경영 원칙의 마지막 글이다. 공격, 방어용 무기인 활창칼을 쥐고 쓰는 사람에 관해 닦을 수(修), 굳셀 건(健) 그리고 믿을 신(信) 등 사람 인(亻)이 들어있는 글자이다. 무기는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극단의 양면성 때문에 정확, 정직 그리고 정통해야 한다. 그러자면 끝없는 공부, 천착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