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아이의 아빠이자 외벌이인 김태환(가명·37세)씨는 요즘 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서울에 마련한 아파트 대출금 때문이다. 지난해 초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신용대출, 회사대출까지 받아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을 했지만 금리가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월이자 부담도 커졌다.

다행히 대출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자금대출이기 때문에 고정금리이지만, 1억원 가량 변동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은 탓에 최근 금리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금리가 지속적으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들려오면서 마음은 더욱 무겁다.

김 씨는 “내 집 한 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6억5000만원에 나온 집을 구매했다”며 “당시 최고가였지만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해 영끌을 했는데 이후 호가는 올랐지만 거래가 되지 않아 대출에 대한 금리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토로했다.

“10명 중 8명 변동금리…금리인상 직격타 우려”

0%대로 수렴하던 기준금리가 올해 빠르게 오르면서 그간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영끌족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75% 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역대 최초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올해 네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한 번은 0.5%포인트(p), 나머지 세 번은 0.25%포인트씩 인상해 6개월 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3분기 3.9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올해 연말께 대출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현재 시중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는 연 4.3%에서 7.1% 수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상단이 2% 포인트 넘게 올랐다.

고정형(혼합) 주담대 금리의 준거 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연일 치솟아 10년 만에 4%대로 올라섰다. 지난 6월 24일 3%대로 다시 내려왔지만 금융채 금리 변동성이 확대돼 금리가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금융채 금리는 가산·우대금리보다 대출금리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또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국내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금융채 금리도 상승할 수 밖에 없어 고정형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감은 커지게 된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문가들이 당초 올 연말 기준금리를 2.25%로 전망했지만 이후 2.5%, 2.75% 3.0%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향조정 되고 있다”며 “전문가들도 금리상단을 추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미국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 금리도 수렴하겠지만 내년까지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석달 연속 8%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도 30~40년 만에 최고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연내 6%선을 뚫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21일 진행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빅스텝 가능성을 높였다.

금리인상은 최근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최대한도로 받았던 영끌족들을 위협하고 있다. 차주 10명 중 8명이 변동금리를 이용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6월 28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63~5.826%,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4.67~6.20%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KB국민은행이 신규로 취급한 주담대 중 연 3.5% 미만 금리로 판매된 비율이 99.6%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1년 만에 3%대 주담대 상품이 사라진 셈이다.

“주담대 7% 진입 시 월 이자부담 34% 늘어나”

문제는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차주들의 월 상환액 부담이 늘면서 부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지난 4월 기준 77.3%에 달한다. 변동금리는 금리 인상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돼 만일 빅스텝이 단행될 경우 이자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금리 변동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상환액 변화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월 대출 상환액이 최고 34%가 상승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시 전체 면적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1억5000만원, 전용59㎡는 9억8000만원, 전용84㎡는 평균 13억1000만원이다. 현재 상황에서 30평대인 전용84㎡를 구매하기 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상한선까지 적용, 대출금이 4억3716만원이면 주담대 금리 3.9%일 시 월 209만원을 내야한다. 하지만 금리가 연말에 7%까지 오르게 되면 월 대출 상환액은 291만원으로 기존 209만원 대비 39%가 오른 82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된다.

특히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418만9000원으로 금리가 4%일 경우 월 주담대 상환액은 소득 대비 45%를 차지하지만 금리가 7%까지 상승할 경우 62%로 평균소득의 절반을 넘게 된다. 만약 30평대 아파트라면 주담대 상환액 비율은 소득대비 69%로 전체 소득의 70%가량을 원리금으로 납부해야 되는 것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문제는 주담대 상환액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주담대를 비롯해 신용대출, 퇴직금 등 모든 대출과 자금을 끌어모아 주택을 구매한 차주가 증가한 만큼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이 급등하게 된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과거 고신용자 금리는 1~2% 였지만,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4%대에서 6%대에 분포해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1조7993억원이다.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2년간 신용대출은 급증했다. 지난 2020년 3월에만 해도 5대 시중은행의 대출잔액은 113조원이었지만 매달 2조원가량 증가하며 급격하게 늘어났다. 정부가 주담대를 옥죄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규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대출로 옮겨가서다. 당시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려는 ‘패닉바잉(공황구매)’ 현상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잔액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다중채무자 ‘연쇄부실’ 위험도…“소득 대비 대출여력 살펴야”

이처럼 집을 구매하는데 부족한 돈을 신용대출과 2금융권에서 융통한 다중채무자들은 당장 높아진 금리로 인해 월평균 상환액이 대폭 확대됐다. 이자만 내는 만기일시상환 상품으로 1억원을 대출받을 때 이자가 연 4%일 경우엔 월33만원을 부담하지만, 6%대로 오를 경우엔 50만원대가 된다. 또 매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금리상승도 직격으로 맞게 된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경우 신용2등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4%대였지만 올해 6.6%대로 무려 2%포인트가 올랐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2금융권 등을 활용한 다중대출자들도 부동산 시장 하락으로 연쇄 부실 위험에 놓였다. 한국은행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업권별 전체 차주 수 대비 다중채무자 비율은 은행 25.2%, 상호금융 29.0%,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46.5%, 저축은행 67.5% 등이다. 다중채무자는 여러 금융사에 빚을 지고 있는 만큼 한번 연체에 빠지면 ‘연쇄부실’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또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3월 말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보험회사 대출채권 잔액은 255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1000억원이 늘었다. 이 중 가계대출 124조9000억원 중 주담대가 48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6000억원 많아졌다. 이에 주담대 등 가계대출 변동금리가 높아져 잠재적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업체 모습. 연합뉴스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업체 모습. 연합뉴스

더욱이 지난해 말 주택시장과 연계된 가계대출이 전체의 67%에 달하는 만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진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택가격 상승 기대 등으로 차입을 통한 투자수요가 늘어나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간 연계성이 증가됐다.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 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9년말 56.3%에서 지난해 말 56.8%로 증가했다. 신용대출까지 포함하면 67%로 더 크게 상승한다.

문제는 그간 상승세가 우세했던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도 7주째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6월 20일 기준 88.1로 지난주대비 0.7포인트 떨어졌다. 기준선이 100 아래로 내려가면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실거래가 역시 기존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노원구 중계돈 ‘중계그린1단지’ 전용49㎡는 지난해 10월 7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5월 이보다 5000만원 하락한 6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수원시 영통구 ‘황골마을주공1단지’ 전용59㎡ 역시 지난해 11월 6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6월 7일 이보다 2억원 낮은 4억원에 실거래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은 “제일 중요한건 내 소득에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얼마인지를 보는 것”이라며 “예전에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경우 대출을 갈아타려고 할 때 연장이 아닌 신규로 들어가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DSR 계산을 한 상태에서 접근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