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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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마블’, ‘쿵야 캐치마인드’ 등 넷마블 캐주얼게임의 큰 축을 담당해온 넷마블엔투가 또 한번 말랑말랑한 게임을 내놓았다. 넷마블의 대표 IP(지식재산권) 쿵야를 기반으로 한 머지 경영 게임 ‘머지 쿵야 아일랜드’다.

머지(Merge)는 퍼즐의 하위 장르로, 3개의 동일한 사물을 합쳐서 한 단계 높은 새로운 사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언뜻 ‘애니팡’으로 대표되는 매치쓰리 게임과 비슷해 보이나 사물이 소거되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최근 몇 년간 북미/유럽의 퍼즐 시장에서 대세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머지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퍼즐 게임이지만,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더욱 고도화된 재미를 발전시켜왔다. 방치형 RPG, 타워 디펜스, 전략 등 다양한 장르에서 머지를 볼 수 있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는 팜(Farm) 게임으로도 불리는 농장 경영 게임과 머지를 합쳤는데, 이 또한 북미/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매시업이다. 자원을 모으고 합쳐서 더 높은 사물을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섬을 확장해나가는 게 게임의 골자다.

남녀노소 쉽게 즐기는 힐링 게임 표방

출처=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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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주류 장르가 아닌 탓에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이유로 머지 쿵야 아일랜드는 한국 마케팅에서 ‘힐링 게임’을 표방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천천히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게 넷마블의 설명이다.

실제로 머지 쿵야 아일랜드의 첫인상은 힐링 게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귀여운 쿵야 캐릭터들과 아기자기하면서도 디테일이 높은 그래픽은 시각적인 면에서 편안함을 준다. 게임 방식은 직관적이고 세밀한 컨트롤이나 두뇌게임을 요구하지 않아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 없이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주력 수익모델(BM)은 건설 시간을 앞당기거나 자원을 빨리 얻을 때 두루 쓰이는 게임 재화인데, 굳이 지갑을 열지 않아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설계됐다. 그러면서도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날 정도로 중독적인 재미도 갖췄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다.

머지 장르 불편함 완벽 해소 못해

출처=넷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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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머지의 장르적 특성이 걸림돌로 남는다. 일반적으로 상위 사물의 효율은 하위 사물의 효율보다 높다. 그러다 보니 하위 사물을 얻으면 바로 쓰지 않고 합치기 위해 모으게 되는데, 게임을 진행할수록 맵에 온갖 하위 사물들이 가득해진다. 2~4개씩 짝지어진 사물들을 맵 한 켠에 빼곡히 정리하고 있자니 내가 섬 키우기를 하는지 창고 정리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수십 초에 달하는 보상형 광고를 강제로 시청해야 할 때도 있다.

이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게임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상점으로 달려가 게임 재화를 구매한다. 머지 게임들은 여기에서 수익을 얻는다. 즉, 머지 게임에서 유저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는 필수불가결하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머지 게임은 잘 나갈수록 힐링 게임과 거리가 멀어진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도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머지 특유의 불편함을 다소나마 줄이려고 시도한 것이 눈에 띈다. 같은 등급의 사물을 한 곳에 끌어당겨 정리를 도와 주는 기능을 도입하고, 보상형 광고를 반드시 시청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가 힐링 게임이 아닐지는 몰라도, 비슷한 게임들과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분명하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의 주력 시장은 한국이 아니다. 퍼즐 게임에 대한 수요가 높고, 그 중에서도 머지 장르가 주류로 자리잡은 북미/유럽이다. 하지만 머지 쿵야 아일랜드가 꽤 괜찮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도 수많은 머지 게임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고, 선점한 게임들은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끊임없이 광고를 쏟아붓는다. 머지 쿵야 아일랜드가 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꽤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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