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강자 쏘카가 본격 상장(IPO) 정국에 뛰어들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KOSPI) 시장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총 공모주식 수는 4,550,000주,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34,000원~45,000원이며, 공모 예정 금액은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2,048억 원 규모다.

8월 1일부터 2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최종 확정하고, 8일과 9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8월 중 상장 예정이며, 상장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 인수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구주매출 없이 공모주를 전량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다. 또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1년, 전략적 투자자 6개월, 재무적 투자자는 1개월, 3개월, 6개월 균등 보호예수 기간을 약정해 상장 후 유통 물량은 전체 주식의 16.28%라고 설명했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 많은 기업들이 야심차게 상장을 시도했으나 강력한 인플레이션 등 시장 상황의 악화로 의지를 꺾은 가운데 쏘카의 질주본능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항상 쉽지 않았다"
쏘카의 상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장에 대한 도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 바 있다.

공모가 책정 비교군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한편 지난해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태에서 기초체력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상장 계획도 당초 계획보다 느려졌다. 원래 1월 예비 심사를 신청하고 5월 증권신고서를 낼 가능성이 높았으나 증시 환경이 나빠지며 일종의 속도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상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시장 상황이 나쁜 상태에서도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배팅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쏘카는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라면서 "그 끝에서 나온 성과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또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쏘카는 멈출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 그대로 쏘카는 갖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끝까지 이를 돌파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한 바 있다.

타다 베이직 런칭 기자회견. 사진=최진홍 기자
타다 베이직 런칭 기자회견. 사진=최진홍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를 두고 일진일퇴를 벌이던 2018년 10월 8일. 차량공유 플랫폼 쏘카의 100% 자회사 VCNC(브이씨엔씨)가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타다를 공개했다.

VCNC는 서비스 런칭 한 달만에 2018년 11월 기준 10만 앱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위기는 빠르게 찾아왔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열며 서서히 쏘카와 VCNC를 언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웅 쏘카 대표가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에 임명되며 택시업계의 견제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결정타는 카풀 논란이 일단락되며 시작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한 2019년 2월,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 대신 쏘카 VCNC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및 성명서를 통해 “타다, 풀러스 등 불법 유사 택시영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면서 “어렵게 마련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성공적 논의를 위해서도 타다, 풀러스 등 불법 유사택시영업을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위법행위 에 대해 즉각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고소고발이 난무한 가운데 2019년 3월 사회적 기구가 합의안을 발표하며 카풀 논쟁이 수습국면에 접어들자, 택시업계는 VCNC 타다에 대한 압박을 더욱 올리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에서 모빌리티 기업들도 쏘카 VCNC에 등을 돌렸고 2019년 5월 택시업계는 쏘카 VCNC 타다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도 벌였다.

2019년 6월 27일 서울개인택시조합이 타다 프리미엄을 신청한 조합원 기사 14명에 대해 제명처분 등 징계 조치한 일이 벌어지며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2019년 7월 17일 국토교통부가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제도화,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혁신이라는 3대 과제를 바탕으로 하는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쏘카 VCNC 타다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소위 플랫폼 택시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도 있으나, 사실상 타다에게는 사형선고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7일 VCNC는 배수진을 쳤다. 1만대 증차 계획을 밝히며 강경모드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재웅, 이재웅 대표. 사진=최진홍 기자
박재욱, 이재웅 대표. 사진=최진홍 기자

그러나 상황은 더 나쁘게 돌아갔다. VCNC가 1만대 증차 카드를 꺼내자 국토부는 펄쩍 뛰며 "타다의 사업 확장 계획 발표는 사회적 갈등을 재현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면서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결국 VCNC는 증차 계획을 포기했다. 그리고 타다는 마치 생명이 다 한 화초처럼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플랫폼 택시 법제화 내용을 담은, 사실상의 타다 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결국 몇 차례의 변곡점 끝에 타다의 핵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은 운행을 중단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벌어졌다. 이어 쏘카는 타다의 VCNC를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에 넘긴 후 코로나 정국을 거치며 대리운전 시장 철수와 같은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모빌리티 전반의 큰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매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 때 보유하고 있는 중고차를 공격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기술적인 조치와 더불어, 스트리밍 모빌리티 전략을 바탕으로 제2의 출발을 알린 가운데 지금까지도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이용자의 필요에 맞는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는 더욱 고도화된 스트리밍 모빌리티 실현을 위해 카셰어링, 전기자전거, 주차 플랫폼 기능 등을 통합해 하나의 쏘카 앱에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슈퍼앱’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초체력도 올라왔다.

현재 국내 최다인 4,200곳 이상의 쏘카존에서 1만8,000대 이상의 차량을 운영하며 국내 카셰어링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6대도시 주민의 80%는 반경 500m 내 위치한 쏘카존에 3분 이내 접근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국내 운전면허 보유자의 1/4에 해당하는 약 800만 명으로, 누적 앱 다운로드 수 약 1천만 건, 멤버십 통합 누적 구독 65만 건을 돌파했다. 대표 상품은 쏘카존에 비치된 차량을 쏘카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어해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단기 카셰어링’이다.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 ‘일레클’,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 등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셰어링 ▲라이드 헤일링(승차호출) ▲퍼스널 모빌리티 ▲주차정보 서비스 등에 다양한 할인과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멤버십 ‘패스포트 얼라이언스’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출처=쏘카
출처=쏘카

새로운 기준 될까
쏘카의 영역이 타다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스트리밍 모빌리티 전략을 내세웠으나 그 비전은 매력적으로 보여도, 일각에서는 상장을 위한 장밋빛 그림일 뿐이라는 혹평도 있다. 무엇보다 타다 시절의 쏘카와 비교해 지금의 쏘카는 다소 평범해졌다는 평가다.

상장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가지 돌발변수 가능성도 여전하다.

나아가 상장 이후에 쏘카가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슈퍼앱을 말하고 있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슈퍼앱은 인터넷 환경이 제한적이던 중국에서 시작된 불가항력적 방법론이며, 쏘카가 이를 기계적으로 차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분명히 나온다.

다만 쏘카는 난관 속에서도 항상 정면돌파, 혹은 마지막 순간까지 싸워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미래를 보여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타다 베이직이 사라진 후 안착된 지금의 플랫폼 택시 시장이 얼마나 기묘한 혼종 모델로 변형되었는지 보면, 당시 쏘카가 제시했던 미래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균형잡인 시각이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여세를 몰아 쏘카는 상장을 통해 지금까지의 고난을 이겨낸 자축을,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유니콘 기업 중 첫 상장 사례라는 점도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국내 최초의 모빌리티 유니콘 기업인 쏘카는 지난 11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모빌리티 기술을 통해 빠른 성장과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며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M&A 및 투자, 신규 서비스 출시, 기술역량 확보 등 회사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