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는 요약이다> 박준서-김용무 지음, 갈매나무 펴냄.

직장인들은 보고(報告)할 일이 생기면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 연차는 쌓이는데, 왜 보고 능력에는 발전이 없는지, 일머리는 왜 생기지 않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일의 우선순위가 틀렸잖아요.” “그래서 결론이 뭐죠?” 보고 때마다 매번 같은 지적을 받지만, 어디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회사 내에서는 프로젝트에 따라 팀이 시시때때로 바뀌고, 심지어 비대면 근무까지 늘어나면서 ‘보고 능력’이 모든 업무 능력 중에서도 핵심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다른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보고가 시원찮으면 ‘일 못하는 사람’이 돼버린다.

저자들에 의하면 보고 능력은 결국 내용을 확실히 파악하고 요약하는 능력, 즉 요약력에 달려 있다.

그런데, 요약력은 사내 영향력과도 직결된다. 요약력을 갖추면 본인이 가진 현재 직급에서는 물론 그 위 직급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상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요약력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심지어 그가 리더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상황을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할 순간 도리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상사의 능력 부족은 언제나 부하 직원들이 가장 먼저 알게 마련이다.

이 책은 ‘요약의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보고 요약력’을 키우면 일머리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단언한다.

책에는 요약의 네 가지 핵심 기술이 정리돼 있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핵심을 정확히 잡아내는(Catch) 법, 이해하고 설득하기 좋은 틀로 정리하는(Organize) 법, 현장을 예측해 계획을 현실화하는(Realize) 법, 말과 글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는(Express) 법 등이다. 저자들은 네 가지 기술을 묶어 ‘CORE(코어)’라고 작명했다.

◇Catch, 핵심 정보를 잡아내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 정보를 잡아내는 기술’이다. 회의와 업무 지시, 보고, 협상, 대화 등 다양한 업무 과정에서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정보가 있다.

저자는 각각의 필요에 알맞은 정보를 찾기 위해 ‘해석하라’ ‘조망하라’ ‘공감하라’ ‘예상하라’ ‘기록하라’ ‘질문하라’ ‘실행하라’ ‘학습하라’ ‘복기하라’와 같은 아홉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현장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며(해석하라), 실패한 상황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반성하라(복기하라)는 것이다.

◇Organize, 이해하고 설득하기 좋은 틀로 정리하라

아무 질서 없이 혼돈 그 자체로 쌓인 정보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핵심을 찾는 법, ‘생각 정리의 기술’이다. 어떤 일은 하나의 정보를 찾는 것에서(Catch) 끝나지 않는다.

방에 옷더미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고 생각해보자. 필요한 옷을 하나 챙겨간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상의·하의·내의·양말 등 종류에 따라 구역이 나뉜 옷장이 필요하다.

잘 구분된 옷장은 옷을 깔끔하게 정리할 뿐 아니라 부족한 옷은 없는지, 어떤 옷을 버리고 수선해야 할지, 심지어 다음날 어떤 옷을 입으면 될지 한눈에 파악하게끔 도와준다.

업무도 그렇다. 때에 따라 필요한 프레임을 잘 찾아 쓰는 사람은 어지러운 업무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자신의 일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도 금방 알아챈다.

책에는 일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더 발전시킬 5W1H, PEST, Logic Tree, SWOT, Value Chain, ERRC, WBS 등 일곱 가지 프레임이 소개된다. 각 프레임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설명돼 있다. 프레임의 효과는 단기적으로도 관찰되지만, 장기적으로 축적되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 가운데 5WIH원칙(육하원칙)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기를 강하게 만든다. 이 것은 어떤 사안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으로, What(무엇을) Why(왜) When(언제) Where(어디서) Who(누가) How(어떻게)로 구성된다.

5WIH중에서는 Why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문제들은 단답식으로 찾아낼 수 있지만 문제의 원인이 되는 Why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단번에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스스로 Why를 다섯 번 이상 물어서 근본 원인(Root Cause)를 찾아내야 한다. 더 핵심적인 원인이 무엇일지 파고들고, 여러 번 깊숙이 질문을 던져 최종 답안을 도출하라는 것이다.

◇Realize, 현장을 예측해 계획을 현실화하라

보고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장애물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장에서는 애써 준비한 보고가 사소한 변수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불상사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자신이 예상하고 준비한 대로 대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보고를 듣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불쑥 던지는 일이 잦다. 특정 포인트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정적 반응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보고 현장에서는 으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다” “너무 어수선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왜 빠졌나”와 같은 비판적인 발언들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라는 짜증섞인 반응을 통과의례처럼 겪을 수도 있다. 회사는 연구단체가 아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실행을 하고 결과를 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가 문제를 분석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데서 멈춰선 안된다.

이처럼 어지러운 현장의 보고와 대화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때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보고자는 현장 상황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장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보고의 타이밍을 어떻게 잡을지, 상사나 고객은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을 질문할지 미리 생각하여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press, 말과 글을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라

준비한 보고를 잘 전달하는 방법, 즉 ‘보고를 요약하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이 단계는 말로 보고하는 법과 보고서를 쓰는 법으로 구분된다. 보고를 받는 상대방은 보고 방식에 따라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말로 보고할 경우 대뜸 자기 용건부터 꺼내는 것은 삼가라. 상대방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간결하게 알리는 것이 좋다.

쉬운 말을 사용하여 상대방이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하고,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말해야 한다.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르고 설사 틀렸더라도 그의 인격을 무시해선 안 된다.

보고서는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작성하되 상대가 한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의 답을 두괄식으로 적는 것이 필요하다.

상사들은 바쁘다. 또한, 실무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렇기에 부하직원의 보고서 앞부분만 대충 읽고는 전체 내용을 단정하기 쉽다.

두괄식으로 정리하지 않을 경우, 김 대리는 보고서 뒷부분에 A라는 결론을 적었는데, 상사는  몇 페이지만 보고는 “김 대리는 B라고 주장하는데, 난 동의하지 않아요”라고 판단하는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