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연합뉴스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대형 M&A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은 올해 초부터 M&A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일단 이 부회장은 귀국 소감으로 ‘기술력’을 집중 언급했고 오늘(20일)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도 기술력이 주요 화두로 떠 올랐다. 이는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M&A 등을 통해 ‘기술력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재계는 늦어도 올해 하반기 중에는 대규모 M&A 등이 포함된 ‘중요한 결단’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을 비롯한 구체적인 인수 대상 후보진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계속되는 직설화법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의 소감과 향후 삼성의 경영방향을 묻는 현장 취재진들에게 “해외에서 보니, 글로벌 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와 발언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24일 향후 5년 동안 450조원이 첨단 산업 분야에 투자되는 삼성의 ‘미래준비 계획’ 발표에 대해 이 부회장은 “숫자(투자금액)는 잘 모르겠고 우리는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관련 사안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가급적 피해 왔던 이전과 비교하면 이는 ‘격한 표현’이었다. 이러한 발언들에는 다양한 악재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글로벌 경제와 산업계의 상황을 대한 이 부회장의 솔직한 심경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2022년 하반기 중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삼성의 경영에는 ‘큰 결단’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무게가 실리는 것은 바로 대형 M&A다. 

삼성의 인수합병 계획은 ‘공식적으로’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1월 미국에서 개최된 CES 2022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인수합병 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곧 많은 분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마지막 대형 M&A는 2016년 11월로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신성장 분야인 전장 및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80억 달러(약 9조3900억원)를 들여 미국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기준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장기적 관점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가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됐다. 특히 글로벌 패권이 달려있는 반도체 기술과 반도체 생산 인프라 경쟁력의 확보에는 전 세계가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에게는 글로벌 1위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팹리스)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이동수단과 관련된 기술 확보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 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 중 하나가 바로 M&A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매각 대상을 찾고 있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삼성전자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후자는 독일의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나, 네덜란드 NXP반도체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삼성전자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의 본사가 밀집한 유럽 출장을 소화한 것이 인수합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6월 14일(현지시간) 유럽 충잘 일정으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출처= 삼성전자
6월 14일(현지시간) 유럽 충잘 일정으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출처= 삼성전자

삼성은 20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삼성전자 부회장·경계현 사장의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개최했다. 삼성전자와 주요 사업영역이 연결된 주요 관계사 사장단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첨단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향후 삼성전자의 경영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기술 초격차 전략의 완성을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M&A 등이 포함된 ‘중요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