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슨 vs 프리드먼> 니컬러스 웝숏 지음, 이가영 옮김, 부키 펴냄.

20세기 후반 주류 경제학을 대표하는 폴 새뮤얼슨(1915~2009년)과 밀턴 프리드먼(1912~2006년)이 벌인 경제학 논쟁을 정리한 책이다. 두 거장의 대결은 1966년부터 <뉴스위크> 칼럼을 통해 무려 18년 동안 이어졌다.

두 사람은 각각 ‘신고전파 종합’과 ‘통화주의’의 대표 주자로서 경제학을 양분했다. 정치적으로도 좌파 우파 진영의 각각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케인스주의자’ 새뮤얼슨은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시카고학파의 대표 학자였던 프리드먼은 케인스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정부의 실패 가능성에 주목하며 보수 경제학 최고의 이론가로 이름을 날렸다.

두 사람은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또한 정부 개입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랐다.

새뮤얼슨은 자연적 경기 변동에 제대로 대응해 실업률을 최소화하려면 공공 지출 정책과 조세 정책을 적절히 조합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 정책을 쓰는 것에 전혀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새뮤얼슨은 정부가 임금과 상품의 가격을 법으로 정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연준이 이자율을 올려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보다는 정부가 세금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보았다.

반면 프리드먼은 자유 시장의 힘이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를 통해 당시 미국 진보주의의 총아인 신임 대통령 케네디를 가차 없이 비판했다.

케네디가 취임식에서 한 “나라가 내게 무엇을 해 줄지 묻지 말고 내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라”라는 말이 “정부는 보호자, 시민은 피보호자”라는 세계관을 대변한다고 말하며 이는 “자유로운 인간이 가진 자기 운명을 스스로 책임진다는 믿음”에 반한다고 날을 세웠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 체제에서만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다고 믿었던 자유 지상주의자로서 프리드먼에게 사회주의는 혐오스러운 개념이었다. 그는 국가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모든 일은 의도가 좋더라도 사회주의적 행동이자 자유 시장을 방해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행동으로 여겼다.

또한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것이 모든 시민의 권리이며, 자유 시장의 힘이 정부보다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심지어 2차 대전 이후 케인스의 경제 처방을 받아들여 정부 부문을 키우면서부터 미국 경제가 망가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새뮤얼슨과 프리드먼 사이의 뿌리 깊은 논쟁은 다시 시험대 위에 올랐다. 2020년 코로나19로 다시 한번 전 세계가 경제 위기에 빠진 지금, 이 논쟁은 여지없이 재현되고 있다.

“정부가 시장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인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가? 물가와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위기에 처한 금융 기관이나 사적 기업을 정부는 구제해야 하는가, 내버려 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