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오건영 지음, 페이지2북스 펴냄.

세계 경제 곳곳에 비상등이 켜졌다. 잘나가던 경제대국 미국이 고물가에 휘청대고 있다.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6%나 올랐다. 41년 만에 최고치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1994년 이후 처음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들도 고물가 상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런 만큼 각국은 앞다퉈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작년 말 2022년의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상했던 한국 정부도 최근 2.6% 성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중앙은행도 예측하지 못한 초고속·초대형 인플레이션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가난해지는”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식용유, 밀가루 가격이 인상되자 각종 생활물가가 덩달아 뛰어 오르면서 서민의 가계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도 증가해 월급으로 생활하는 게 점점 퍽퍽해지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심대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금융시장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 될 것 같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 개인의 자산이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지, 아니면 불리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작년에는 인기가 없었던 은행 예금은 이전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게 되면서 다시금 매력도가 올라가고 있다. 반대로 작년에 신고가를 갱신하던 성장주는 저금리 환경에서 벗어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 월세, 배당주 등 각종 자산의 특성을 상세하게 파악해놓는다면 고물가 시대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가 있고, 이후 발생할 환경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가까운 미래의 대비책과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방법까지 망라되어 있다. 저자는 경제 현상을 4가지 상황으로 나누고, 현재 우리는 어디에 위치하는지 살펴본다. 앞으로는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면서 이것을 개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연계하는 법을 제시한다.

특히 작년의 투자 환경과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짚어본다. 달라진 미국 연준의 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등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요소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도 살펴본다.

저자는 미국 연준의 과거 사례,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문제, 경제 성장률,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유명인사들의 코멘트 등을 바탕으로 가장 유력한 2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그 가운데서 현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찾고, 거기에 알맞게 포트폴리오를 세팅하는 방법을 정리하고 있다.

책에는 더욱 안전한 투자를 위한 ‘4가지 분산투자’가 포함돼있다. 저자는 촘촘하게 투자 전략을 세워 놓아야 어려운 시장에서도 살아남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살아남아야 역경 뒤에 찾아오는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금리 상승기에 최적화된 투자법을 정리하고 있다. 그래서 2022년판 ‘부의 시나리오’라고 자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