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도 이제 사업 규모가 커져서 외부 언론이나 각종 기관 등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회사 대변인 체계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이전에는 홍보실 담당자가 주로 창구 역할을 했는데요. 좀더 체계를 갖추려면 어떤 구조가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에서는 ‘창구 일원화’라는 가치에 기반해 대변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그 형태는 목적과 내부 사정에 따라 다양합니다. 일단 창구 일원화라는 것은 회사를 대표해 특정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역할과 책임을 특정 부서나 직급자에게 일임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창구 일원화를 도입한 기업의 의도는 다양합니다.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팀장들이 언론이나 이해관계자와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부정 이슈를 만들기 때문에 창구 통제 개념으로 일원화를 추진하는 경우가 제일 흔합니다. 소위 말하는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관점의 접근이지요.

반면 질문 같이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창구 일원화를 생각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변인을 각 부서나 분야별로 선정하여 일정 훈련과정을 거쳐 활용합니다. 이때 창구 일원화 개념은 단순 ‘원 윈도우’ 보다,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멀티 윈도우스’로 구현된 것이지요.

각각에는 당연히 장단점이 공히 존재합니다. 원 윈도우 체계에서는 기업 스스로 최대한 노이즈나 사적 메시지를 배제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큽니다. 만약 원 윈도우 전략에 반해 사적 메시지를 내는 구성원이 있을 경우 원칙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로부터는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적시에 해당 창구로부터 얻어내기 어렵다는 불만을 듣게 됩니다. 담당자를 자신과 연결시켜 주면 간단한데, 왜 대변인이 중간에 껴서 일을 복잡하게 하냐 지적합니다. 기업에서는 그 담당자가 훈련되지 않았고 언론 대화 경험도 없어 자칫 실수하거나, 불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 창구를 거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고요.

멀티 윈도우스 체계의 가장 큰 장점은 언론이나 이해관계자가 즉각적으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기 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객정보 관련 내용은 고객정보관리 담당 임원을 취재하면 되고, 품질관련 내용은 품질담당 임원을 취재하면 되는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물론 그 전과정과 사후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분명 이해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가능하게 됩니다.

반면 단점은 여러 분야 사내 대변인을 지속 교육 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사이동 때 마다 반복해서 대변인 훈련을 제공해야 합니다. 새로운 쟁점이 생겨나면 커뮤니케이션팀이 지원하여 대변인 스스로 해당 주제에 대한 회사 공식입장을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하는 등 평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어떤 대변인 체계라도 제대로 관리 개선할 수만 있다면 적용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기준이나 체계에 대한 고민과 설정 없이 ‘아무나’ ‘누구나’ ‘아무렇게나’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체계입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통제가능한 유일한 자산은 메시지 뿐입니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변인 체계란 그래서 더욱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