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환영사를 전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일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환영사를 전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 연합뉴스

경제단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와 맞물려 세제혜택과 같은 지원책과 이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면이 함께 건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개최된 경제부총리-경제 6단체장 간담회에서 주요 경제단체 대표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했다. 이 자리는 추경호 신임 경제부총리와 주요 경제단체의 수장들이 만나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의 모두발언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손경식 회장은 “최근 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뗐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이 부회장과 신 회장 사면을 촉구했다.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은 가석방 또는 집행유예 중으로 취업제한 등 조치를 받고 있어 그룹 경영활동에 있어 적극적인 참여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손 회장은 “해외 출입국에 제약을 받아 기업 활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등 기업인들의 사면도 적극 검토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손 회장의 이같은 건의는 최근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투자계획에서 출발했다. 재계는 한미정상 회담 직후인 지난달 ‘1000조원 투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첫 포문을 연 것은 삼성전자였다. 지난 5월24일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삼성 계열 관계사는 향후 5년간 450조원(국내 투자 360조원)을 반도체 등 첨단 기술과 신성장 IT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표했다. 삼성전자는 “국민소득 증대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이 부회장 또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지난 5월25일 개최된 중소기업인대회에 참가한 이 부회장은 삼성의 대규모 투자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투자) 액수는 잘 모르겠고 앞만 보고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예산(2019년 국가예산 469조원)에 근접한 삼성의 대자본 투자 결정에 재계의 다른 기업들도 투자 행렬에 동참했다. SK, 현대차, LG, 롯데, 한화 등 재계 10대 그룹 및 주요 대기업들을 통해 향후 5년간 확정된 투자금액은 약 1055조원에 이르렀다. 

지난 2일 대한상의에서 개최된 경제부총리-경제6단체장 간담회.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지난 2일 대한상의에서 개최된 경제부총리-경제6단체장 간담회.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손 회장의 사면 요구 추 부총리는 “제가 언급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거기(사면)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투자에는 긍정적인 신호와 함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데에 적극 환영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과감한 규제혁파와 법인세 및 가업상속·기업승계 관련 세제 개편 등을 통해 기업주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적극 뒷받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 발언처럼 윤석열 정부는 친 기업 정책 노선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는 이 부회장과 신 회장 사면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안한 국제 정세 속 경제 성장 계기 마련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 역할을 대통령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경제에 있어 실리를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인 만큼 기업인 사면에 대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