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신(信)의 한자 구성이 의미가 있다. 사람(亻,인)과 말(言,언)의 결합이다. 인류의 존재와 발전 원동력인 공동체 생활과 역할 분담에는 말의 소통이 기본이다. 단순한 믿음을 넘어(신, 信 ; 믿을 신) 맡기는(뢰, 賴 ; 맡길 뢰) 것까지 가야한다. 뢰(賴)라는 글자는 묶을 속(束)과 부담지울 부(負)를 결합한 글자로 의미로 또다른 인사이트를 준다.

배신감을 느꼈던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몇 년 전에 50대 초반의 어느 한 분의 일자리를 찾아주려고 애썼던 적이 있었다. 공익법인의 업무상 회원들의 일자리 찾기에 도움을 주고자 만나보니, 전산 분야에 일하고 싶다고 해서 평소에 알고 있던 인맥과 회원사에 알아보며 이력서도 돌렸다. 2, 3개월이 지날 즈음에 면접 기회가 생겨 연락을 하니 1개월전부터 취직을 포기하고 보험 분야 일을 하고 있으며 재취업을 포기했다고 답을 주었다. 아쉬움과 배신감이 들었다. 같은 분야에서 직장을 찾았다거나 재취업을 포기했다고 당시에 알려주었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인데 아무 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의 효력이 없어지면 최대한 주어 담아야 한다. 이런 일로 배신감이 들며 사람 소개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졌다.

사업하는 분들이 하는 말이 있다. ‘뭘 해도 3년은 지속되어야 믿고 맡길 수 있으며 사업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의미 심장하다.

신뢰의 핵심 요소 - 일관성과 시간

신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관성과 실행력이다. 일관성은 꾸준함, 끈기에서 나오면 일정 시간을 지나면서 만들어진다. 꿈의 성취를 위한 기본 요소인 전문성(knowledge, skill)과 태도(attitude)로 나누어 따져본다.

먼저 전문성의 축적이다. 개인에게 축적된 지식,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며 복잡한 사회 현상에서 정보를 찾아내고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똑 같은 사회 현상을 보고 정보를 인식하는 사람과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이에 더하여 지식을 기반으로 현장에 적용하며 성공과 실패의 경험까지 있다면 관계자 누구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된다. 그러자면 시간이 필요하고 한 분야를 꾸준히 해 나가야만 한다.

다음은 인간관계와 태도의 꾸준함이다. 비슷한 원리가 인간관계에도 적용이 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꾸준하지 못하면 전문성이 없으니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문제는 도움을 받을 경우이다. 상대적으로 누구에게 도움을 주고 누구와 동업하고 싶을까? 당연히 오랫동안 같이 할 사람이나 같이 할 것 같은 사람일 것이다. 신뢰하면 오래가기도 하지만, 오래 해야 신뢰가 생긴다.

꾸준함,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유혹

일관성이란 한자를 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욕심과 욕망을 일으키는 수많은 정보 때문이다. 관(貫, 꿸 관)이라는 글자가 무(毋, 말 무)와 패(貝, 조개 패)의 조합이다. 그렇게 하지 말라(Don’t do that)는 글자와 돈, 욕망, 유혹을 뜻하는 글자(한자에서 조개 패貝는 재산, 돈, 보화와 연관)로 결합되어 있다. 크고 작은 유혹 즉, 연봉, 복리후생, 스톡옵션 등만이 아니라 조금 더 편하게, 휴일 많고, 스트레스 덜 받는 곳을 찾는 것이다. 이런 것들로 인해 뭘 해도 진득하게 하질 못한다. 해마다 혹은 수시로 직장을 옮겨 다닌 사람과 꾸준히 한 사람은 3년 정도만 지나도 천양지차가 난다. 공부, 업무, 사업 등 세상사의 성공은 ‘엉덩이 싸움’이란 말이 그냥 생겨난 말이 아니다.

몇 년 전 미국의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그릿(GRIT)’을 소개했다. 학생, 기업인, 교사가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재능이나 외모, 신체적 조건, 아이큐가 아닌 그릿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목표를 향해 오래 나아갈 수 있는 열정과 끈기라며 단어의 의미와 결론을 내리며 심리학계와 교육계에 큰 파문을 던지며 소개가 되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신뢰에서 찾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뢰

말, 즉 언어는 입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비언어적 요소인 표정, 자세, 목소리 등도 사용이 된다. 코로나19시대를 지나며 마스크로 인해 말의 한 축을 잃어버렸다.포스트 코로나를 말하며 조직보다는 개인에 무게 중심을 두는 듯하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단체와 조직의 의미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치열한 경쟁과 구매력의 확장 때문이다. 구매력의 확장은 시장의 경계가 사라진 글로벌 차원의 이커머스와 관세, 배송 수단의 발달도 한 몫을 차지한다. 필연적으로 더 강한 제품력이 필요하고 그러자면 조직내 업무는 더 세분화, 더 전문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분화된 업무는 반드시 결합, 조립되어야 완성이 되며 상품성이 있는 것인데 분화된 프로세스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제품은 치명적 결함이 생긴다.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 사이에 한치도 차질 없는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수행 능력이 필수이다. 때로는 기계, 로봇, 컴퓨터와 경쟁도 하면서 말이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Stay Hunga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우직해야 하며,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의 말이다. 그리고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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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창·칼의 자기경영 원칙을 정리하며 사람에 관한 글로 마무리한다. 닦을 수(修), 굳셀 건(健) 그리고 믿을 신(信) 등 사람 인(亻)이 들어 있는 글자로 꿈을 만드는 무기인 활·창·칼의 사용자가 갈고 닦아야 할 핵심 요소이다. 무기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극단의 양면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