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최근 저희 사업과 관련해 여러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고 있어서 좀 적극적으로 이슈관리를 해 보려 하는데요. 저희가 스타트업이라 예산이나 인력에 제한이 많습니다. 법적 자문과 일부 대관 업무는 로펌에 의뢰했고, 언론이 문제인데. 대행사의 언론 네트워크를 빌리면 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홍보 대행사를 고용해 언론관계 서비스를 받고 있는 많은 기업이 실제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상당한 액수(?)를 주고 홍보대행사를 통해 자사 관련 대언론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언론관계를 계속 그렇게 대행사에 의지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지요.

일부 기업에서는 대행사에게 모든 언론관계를 일임했기 때문에, 언론관계 형성이나 유지 업무는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미디어리트스(출입기자 리스트)도 점검하지 않고, 기자와의 일상적 식사자리에도 인하우스 담당자가 나가기를 꺼려하기까지 합니다.

대행사가 있는데 왜 우리가 그런 업무에 중복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얼핏 들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인하우스 담당자가 매일 여러 업무로 바쁘기 때문에 언론관계 부분을 떼어내 대행사에게 의뢰했다는 것이지요. 만약 인하우스 담당자까지 기자들을 만나고 해야 한다면, 대행사를 쓸 이유가 딱히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 같은 체계는 평상시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보도자료 기반 기사나 기획기사도 잘 나오고 인터뷰 요청도 간간히 들어와서 일선 대행사가 홍보업무를 잘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파도가 치지 않는 바다에서는 항해가 쉽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신이 탄 배가 아주 훌륭하게 느껴 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려움은 부정 이슈나 위기를 맞았을 때 폭발적으로 불거집니다. 인하우스 고위 직급자에게 언론관계 경험이 없다면 의사결정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자사의 언론 네트워크가 없거나 부실하다면 제대로 된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게 됩니다. 그때에도 대행사의 네트워크에 의지한다고 하지만,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계속 대행사에게 여러 지시를 해 보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관계 경험이 부족한 인하우스 담당자가 기자들로부터 쏟아지는 취재 전화를 받게 되면 엄청난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은 지 나쁜 지에 대한 가름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기자들이 두려워집니다. 이내 전화를 받지 않게 되고, 대행사와의 일상적 커뮤니케이션 라인까지 붕괴됩니다. 누군가 네크워크는 빌리면 된다고 하던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아닙니다. 일상에서 한두번은 몰라도 이슈나 위기 시 네트워크를 빌려서는 제대로 된 싸움을 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하루 이틀 사업을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차근차근 언론 네트워크를 쌓아 나가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입니다. 대행사를 고용했더라도 인하우스 담당자가 언론 네트워크를 지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빌려서 라도 사업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네트워크를 빌리기만 해서는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언론 네트워크는 그렇게 하루 아침에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트워크를 보다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