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업종이 좀 특이해서 현장 일선 직원들에 대한 관리와 컨트롤에 불가능한 면이 많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도 있고, 요즘 MZ세대 직원 등이 마구 섞여 있어서 제대로 된 관리 감독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번 사고 때도 그랬고 일선은 컨트롤이 거의 불가능한데, 어떻게 위기관리를 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과 같이 이제는 위기관리에 있어 컨트롤이라는 개념이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은 어느 부분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직원들도 더 이상 회사와 같은 편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원팀이라는 개념까지 붙여가면서 일사불란 함을 강조했지만, 이제 그런 개념은 낡은 것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언론을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온라인을 컨트롤 할 수는 있을까요? 규제기관을 컨트롤 할 수는? 정부나 의회를 컨트롤 할 수는? NGO와 이익단체들은 어떻습니까? 경쟁사? 노조? 위기 시 기업이 완전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위기 시 유일하게 개념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메시지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메시지를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하는 노력만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문제는 그런 귀중한 메시지 조차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해 위기 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경우입니다.

일선 직원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일선 직원에 대한 컨트롤은 완전히 불가능 해 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런 현실적 전제를 두고 새롭게 위기관리 체계를 업데이트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 우선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하는 부분은 ‘관행’입니다. 지금까지는 그 관행이 일선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빨리 깨닫아야 위기관리도 가능하게 됩니다.

이전의 불투명했던 관행을 최대한 변화시켜 투명한 일선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준법성이나 윤리성 같은 덕목은 반복해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선 직원 누구라도 문제를 제기했을 때 기업 스스로 우선 떳떳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소한 문제를 제기하는 일선 직원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예측하면서도 사소한 변화를 기하지 않는 기업이 더 이상한 것입니다.

평시 변화 노력을 통해 위기 시 일선 직원을 컨트롤 하기 보다, 스스로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을 따르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보았을 때도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이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도 엄연한 기업 주변의 이해관계자라고 간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우리끼리’는 없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생각’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적절하지 못한 위기 대처와 대응 방식은 항상 일선 직원들에 의해 문제화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더 그들 스스로 문제를 먼저 제기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기업이 이런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은 계속 불투명한 기업, 숨기며 거짓말하는 기업, 나쁜 기업으로만 인식되어질 것입니다. 더 이상 위기 시 일선 직원을 컨트롤 하려 하지 마시고, 그들을 먼저 이해시키고 설득하려 노력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