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질문]

회사의 영업실적은 그럭저럭 나오고 있으나 회사의 자금이 돌지 않아 그 원인을 파악해보니 악성 채권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영업부서도, 관리부서에서도 그동안 회수 노력을 별로 안 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어느 인터넷업체에서 찾아와 저도 처음 보는 계약서를 보여주며 ”왜 사업을 같이하기로 계약해놓고 약속을 어기냐?“며 항의하기에 계약서상의 직인을 보니 분명히 우리 회사 도장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요?

[노무사의 답변]

회사 경영을 하다 보면 위 사례와 같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느껴지는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보통 ‘인사관리’나 ‘노무관리’라 하면 보통 각종 인사제도·규정을 만들거나 또는 직원들 회식자리를 자주 마련해 주는 것을 생각하기 쉬우나 그것은 수단에 불과하고 결국은 윗사람이 일일이 지시를 하지 않아도 회사 각 부분이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 기능 중 다음 3가지 업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업무이지만, 회사 조직관리의 건전성을 판별해주는 매우 중요한 업무입니다.

첫째는 채권관리 업무입니다. 채권관리는 ‘매출실적 증대’와 달리, 잘 해도 포상이나 칭찬을 받는 일이 아니라서 직원들이 소홀해지기 쉬운 업무영역입니다,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이유는 실적압박을 받는 영업부서에서 부실한 거래선을 끊지 못하는 경우와 채권의 현금화 여부를 체크하는 관리담당 부서에서 채권관리를 소홀히 해서 발생하는 경우 2가지인데 결국 부실채권 존재와 그 규모는 회사의 양대 축인 영업파트와 관리파트가 얼마나 기본을 지키며 업무를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매우 유용한 조직관리 지표입니다.

둘째는 계약서 관리 업무입니다. 계약서는 회사의 권리·의무를 확정지어 주고 회사는 그 내용에 따라 기업활동을 하는, 중요한 문서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 현실을 들여다보면, 특히 회사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회사에게 “이 회사 전체 계약문서와 계약현황을 보여주세요“라고 요청했을 때 담당 부서가 허둥지둥대며 파악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뿐 아니라 개별 계약서 작성과정을 보면, 외부 회사와의 제휴 사항을 보고하여 결재를 받았다 하더라도 관련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별도로 계약서 내용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고 위에 그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데, 담당 직원이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상대방 회사에서 보내온(따라서 상대방 회사에 유리하게 작성된) 계약서 초안에 임의로 회사 직인을 찍어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셋째, 공문 관리 업무입니다. 공문은 회사의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중요한 문서이지만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중견 회사 이상에서는 대개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 작성 및 발송 권한을 개별 부서에 위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인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중요 내용의 공문이 보고도 없이 발송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문에 대해 권한 위임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권한 밖의 공문이 회사 경영진도 모르게 외부에 발송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공문관리와 비슷하게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아무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는 업무 중에 하나가 우편물 접수 업무인데, 어떤 회사에서는 법원에서 ‘직원의 급여를 압류한다’는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는데도 회사 급여 담당자에게 우편물이 전달이 안돼 회사가 채권자에게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책상 위의 먼지로 직원의 정신상태를 알 수 있듯, 이렇게 회사의 기본 업무 몇몇은 회사 조직관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려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