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위기관리팀이 정해진 워룸(대응 회의실)에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논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재택이 일반화되어 회사 내부에 정해진 장소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꼭 모여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체계에서 위기 발생 직후 의사결정과 대응을 하는 팀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앉는 것은 아주 중요한 핵심 중 핵심입니다. 한자리에 신속하게 모인다는 것은 곧 구성원이 함께 효율적인 상황파악을 시작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이내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상황관을 공유하게 되면 당연히 그에 대한 의사결정도 한층 신속하게 내려 질 수 있습니다. 초기대응의 상당부분이 정리되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함께 마주 앉아야만 성취되는 위기관리 가치는 많고 다양합니다. 위기관리팀 스스로 실시간 토론을 통해 이해관계자와 대응 우선순위를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에 따라 각 부서 역할과 책임도 좀더 확실하게 구체화됩니다. 함께 바라보는 상황판을 통해 상황을 지속 업데이트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시시각각 대응 논의를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위기관리팀은 계속 같이 정보를 업데이트 받고 있기 때문에, 급한 대응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한마디로 내부 커뮤니케이션 효율성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커뮤니케이션과 보고가 불필요하게 중복되지 않고, 단계가 사라집니다. 이는 곧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조직이 위기 대응을 위해 빠르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질문과 같이 최근에는 여러 임직원이 각자 재택을 하면서 일상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위기가 발생되면 굳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내 워룸으로 여러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집합하는 것이 이전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공감 되는 주제입니다.

만약 서로 마주 앉는 기존 방식 보다 더욱 효율적인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있다면 물리적으로 마주 앉아야 한다는 매뉴얼 항목은 수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온라인 회의 시스템이던, 인트라넷을 통한 온라인 대응 시스템이던, 내부 메신저망을 통한 원격 회의 시스템이던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그런 온라인 형식의 체계에 더욱 익숙한 구성원이 늘어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평소 그런 효율적 대응 논의 및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대한 준비나 활용 연습이 부족한 기업입니다. 마주 앉으라는 매뉴얼은 낡고 비현실적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온라인 미팅 시스템 구동이 어렵고, 메신저를 통한 정보 공유도 복잡하고 어지러운 경우라면 상당히 취약한 위기관리 체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그 시스템 내에 실제 존재하여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욱 큰 취약성을 의미합니다. 만약 그런 현실 체계라면 차라리 오프라인에서 마주 앉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과연 어느 방식이 자신의 회사에 좀 더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