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개최된 CES 2022의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왼쪽부터). 출처= 삼성전자
올해 1월 개최된 CES 2022의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왼쪽부터). 출처=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경쟁사의 공격적 사업확장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삼성전자 단점으로 지적됐던 파운드리 공정 수율 안정화 성공과 메모리반도체 기술력 강화, 생산시설 인프라 확대에 높은 점수를 줬다.

위기론의 배경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을 통한 반도체의 생산에 있어 TSMC를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중 3나노 공정 반도체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여건을 갖췄다. TSMC가 예고한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의 시점은 올해 8월 이후다. 기술력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업계 1위 기업을 앞서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문제는 ‘수율(공정에서 생산되는 정상 제품의 비중)’이다. 삼성전자 성과를 폄하하는 성향이 강한 디지타임즈 등 대만의 IT 전문 미디어들은 4나노 등 초미세 공정을 포함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율이 ‘최대 35%대’에 머무른다는 내용의 부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삼성전자 측도 “미세공정의 수율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있음”을 인정했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커졌다. 여기에 갤럭시S22의 GOS(게임 최적화 시스템) 강제 적용 논란, 퀄컴·엔비디아 등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들의 이탈 등 악재가 겹쳤다.

이에 2030년까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린다는 삼성전자의 ‘2030 비전’에 대한 회의적 관점과 맞물려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기론에는 힘이 실렸다.    

절치부심 삼성전자 

우선 삼성전자는 낮은 수율의 문제가 있었던 초미세공정 수율을 정상 범위 수준으로 안정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갤럭시S22 GOS 논란을 통해 문제가 된 모바일 AP(Mobile Application Processor) 성능 안정화를 통해 AP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AP ‘엑시노스2200’은 올해 2월 유럽에서 출시된 모든 갤럭시S22 제품에 안정적으로 적용됐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1280'.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 1280'. 출처= 삼성전자

TSMC는 2022년 파운드리 CAPEX(설비투자) 규모를 400억달러(약 50조1,400억원) 수준으로 예고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130억달러(약 16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 예정 액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실제 인프라 확장 속도는 삼성전자 쪽이 빠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이후 2017년 S3 라인(화성), 2021년 S5(평택) 라인을 차례로 구축해 약 4년 동안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2017년 약 48%의 격차가 있던 TSMC(55.9%)와 삼성전자(7.7%)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2021년 약 34%(TSMC 52.1%, 삼성전자 18.3%)까지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지난해 확정된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 시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립과 평택 3라인의 완공이 예정돼 있어 두 기업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호재와 긍정적 전망  

삼성전자 반도체는 또 한 가지 호재가 있다. 삼성전자 전체 반도체 매출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다. 최근 CPU(중앙처리장치) 업계 양대산맥인 인텔과 AMD는 차세대 서버용 CPU 개발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CPU 고성능화는 그에 대응하는 고성능 서버용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오랜 기간 동안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2021년 기준 41.7%)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고용량 512GB CXL D램.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고용량 512GB CXL D램. 출처=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업계 최초로 고용량 512GB CXL D램을 개발했다.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는 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저장장치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신개념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의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한 이후 1년 만에 메모리 용량을 4배가량 향상시킨 512GB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고객사들에게 512GB CXL D램 샘플을 제공함으로 제품 상용화를 실험한다. 

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형 모바일AP(엑시노스 2200), 미드/로우형(엑시노스 1080, 1280)을 통해 5G 모바일 AP 풀 라인업을 갖췄다. 향후에는 프리미엄은 물론 중저가 라인 공략을 통해 모바일 AP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신사업기획팀 박철민 상무는 “CXL D램은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의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CXL 메모리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해 갈 수 있도록 고객, 파트너들과 함께 기술 표준화를 적극 추진하고, CXL 메모리 솔루션을 확대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에 대한 낙관론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강성철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주도한 메모리반도체 위기 전망과 대외 여건의 악화에도 삼성전자는 유연한 대응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TSMC의 공격적 인프라 투자가 위협적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역량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업황에 큰 변수가 없는 한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