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출처=아워홈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 출처=아워홈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 아들이자 아워홈을 설립한 구자학 회장이 향년 92세의 나이로 12일 별세했다.

고(故) 구자학 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한 이후 소령으로 전역했다. 군복무 시절에는 6.25 전쟁에 참전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디파이언스 대학교상경학과를 졸업했으며 충북대학교 명예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구 회장은 1957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둘째 딸 이숙희씨와 결혼했다. 1960년 한일은행에서 근무한 이후 1962년 울산비료 경리부장직을 거쳐 1964년 제일제당(현 CJ) 기획부장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구 회장은 1969년 LG그룹으로 복귀했다.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한 것을 계기로 삼성과 LG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다. 이후 1973년 다시 처가로 돌아가 호텔신라 대표이사, 삼성 에버랜드 전신인 중앙개발 대표이사직을 역임하다 1976년 삼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회장이 LG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기는 1980년이다. 1981년에는 ‘국민치약’으로 불린 페리오 치약을 개발한 데 이어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하며 우리나라 산업화를 견인했다.

1989년에는 SK하이닉스의 전신 금성일렉트론을 이끌며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1995년 LG엔지니어링 회장 재직 시절 일본 플랜트 사업 수주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남이 하지 않는 것, 남이 못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구 회장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이유다.

2000년 아워홈 설립…종합식품기업 성장 견인

2018년 구자학 회장이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출처=아워홈
2018년 구자학 회장이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출처=아워홈

구 회장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회장으로 재임했던 20여년 동안 아워홈 매출 규모는 사업 초기 2000년 2125억원에서 지난해 1조7408억으로 8배 이상 확대됐다. 단체 급식, 식재유통사업으로 닻을 올린 아워홈은 이후 기내식, 호텔 운영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화학, 전자와 같은 첨단 산업 분야만큼이나 단체급식 사업에도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같은 해 식품연구원을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아워홈 임원들 사이에서 “단체급식 회사에 연구원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지배적이었지만 구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1만5000여 건에 달하는 레시피를 내놨다. 100여 명의 연구원이 매년 신규 메뉴 약 300가지를 개발 중이다. 또한 급식업계 최초로 노로바이러스 조사기관, 축산물위생검사기관, 농산물안전성검사기관 등 공인시험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아워홈은 구 회장의 지휘 하에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계기로 해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이어 2014년 중국 청도에 식품공장을 설립했으며, 2017년에는 베트남 하이퐁 법인을 설립해 현지 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 M&A를 통해 인수한 기내식 업체 HACOR를 앞세워 기내식 사업에도 나섰다.

구자학 회장 떠난 아워홈, 경영권 분쟁 매듭 ‘숙제’

2016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아워홈 승계구도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구 부회장이 아워홈 최대주주이긴 했지만 한동안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구 회장의 막내 딸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이에 구 부회장이 범LG가의 유일한 여성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난해 보복 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며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구지은 체제가 막이 올랐다. 당시 구지은 부회장은 언니인 구미현, 구명진씨와 힘을 합쳐 이사회에서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 전 부회장의 해임과 동시에 구지은 부회장은 5년 만에 아워홈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아워홈 ‘남매의 난’은 지난달 구 전 부회장 측이 아워홈을 상대로 원활한 회사 매각을 이유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점화됐다. 이를 두고 아워홈 측은 ‘명분 없는 경영 복귀 시도’라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구 전 부회장과 함께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구미현씨가 해당 사실을 부인하면서 아워홈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구미현씨는 지난 4일 아워홈 측에 보낸 내용 증명을 통해 “아워홈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한 사실이 전무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아워홈은 고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가 9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나머지는 각각 구미현씨가 20.06%(자녀 지분 0.78% 포함), 구명진씨 19.60%, 구지은 부회장이 20.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