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 들어서도 2금융권의 대출쏠림이 지속돼 가계부실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취약계층이 2금융권을 주로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실을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금융권에 다중채무자를 비롯한 한계차주가 다수 분포돼 있어 가계부실이 금융사 부실로 전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규제 풍선효과로 2금융권 역대 최고 실적 기록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대출잔액이 2월 기준 638조502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기준 539조8386억원 대비 18.3%가 증가한 수준이다. 상호금융 대출 잔액이 351조644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준을 차지했으며 이어 새마을금고 181조1341억원, 상호저축은행 106조3041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2금융권의 대출잔액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9년 말 기준 대출잔액은 472조440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 증가에 그쳤지만 이후 2020년 529조6897억원으로 12% 증가, 2021년 말 623조5992억원으로 18% 늘어났다. 2월 기준 대출잔액 역시 2021년 12월 대비 두 달 만에 2% 확대됐다.

최근 2년간 2금융권의 대출이 증가하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대출증가를 비롯해 시중은행의 대출규제로 풍선효과가 작용해서다.

실제 지난해 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이 1조9654억원으로 전년 대비 40.4% 증가하는 호황을 누렸다. 또 같은 기간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조합은 순익이 2조74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카드사 역시 지난해 현금서비스로 불리는 단기카드대출 규모가 무려 1조원이나 늘면서 순익이 전년 대비 34% 늘었다.

2금융권인 국내 보험사도 지난해 대출채권 잔액이 266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늘어난데 따른 결과다. 구체적으로 기업 대출채권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37조4000억원, 가계대출채권 잔액은 12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보험회사 당기순익은 8조2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36.2%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중은행에서 대출 조이기가 지속되면서 풍선효과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총량규제 강화,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등 강도 높은 ‘대출 조이기’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져서다.

3월 기준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3000억원이 줄어든 3조6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저축은행은 전월대비 1000억원이 늘어났다. 2금융권 내에서 상호금융권이 대출 규모를 줄였어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려서다.

다중채무자 다수 분포…이자부담 증가시 연체 발생 가능성 ↑

문제는 금리인상기가 본격 시작되면서 2금융권의 차주 특성상 대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취약차주가 다수 분포된 2금융권은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한국신용정보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특성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10명 중 6명은 다중채무자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지난 2018년 60%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66%로 상승 추세다. 반면 은행권은 최근 3년간 2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신용거래이력이 많지 않아 정밀한 신용도 평가가 어려워 4~5등급이 부여되는 ‘씬파일러’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신용대출은 씬파일러 중에서도 20~30대 청년층이 많이 이용하며 이들 젊은 연령대 비중이 41%로 은행업권(32%)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외에 저소득층과 중·저신용등급자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신용대출 의존도가 높았다. 저축은행 시용대출의 76%가 중신용자, 21%가 저신용자로 집계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높아질 경우 연체가 늘어나게 되고 원리금 상환도 어려운 차주들은 파산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잠재부실 가능성↑

약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시행한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지표상 부실율이 왜곡돼 잠재부실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현재 금융업권 내에서 대출 부실 뇌관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원리금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지속적으로 연장되면서 2년 6개월간 대출원금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가 지속됐다.

은행과 달리 2금융권은 대출 연장횟수가 늘어나면서 연장대출과 관련한 잠재위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장대출은 만기연장, 원금 상환유예, 이자 상환유예로 구분되는데 원금과 이자에 대한 상환유예의 경우 만기 연장과 달리 유예기간이 길어질수록 미상환 원리금이 누적된다. 부실가능성 측면에서도 만기연장보다는 원리금 상환 유예에서 잠재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을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2금융권은 만기연장 규모가 줄었지만 원리금 상환유예잔액이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금융권의 원리금상환유예 잔액은 지난 2021년 7월 2조7000억원에서 같은해 12월말 기준 3조2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만기연장 잔액 규모는 5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만기연장 잔액 위주로 증가하고 원리금 상환유예는 조금씩 줄어드는 은행과는 상반된 결과”라면서 “이자지급조차 못하고 있는 상환유예 잔액이 6개월만에 41.7% 증가했는데 유예된 이자 외에 대출원금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등 위기대응 여부 따라 금융사 전이 우려

아직 2금융권 내 대출금리 상승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금리 인상으로 연체가 급증할 경우 2금융업권 부실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도 금리인상과 함께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2017년 말 6.1%에서 6.7%로 크게 증가했다. 2금융권 신용대출은 대부분 은행에서 밀려난 저신용자인데다 대출금리도 고금리이기 때문에 금리상승기에 더 직접적으로 취약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 등으로 대출 건전성이 왜곡되고 있는 만큼 2금융권 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에 따라 각 사별 건전성이 달라질 것이란 시각이다.

올 초 금융감독원은 2금융권에 시장상황을 반영해 기존 대손충당금 적립률에 추가적으로 쌓으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3.5%로 전년 대비 3.4%포인트(p) 높아졌다.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대손충당금 규모가 감소한 경우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저축은행의 경우 규모의 차이가 커서 충당금을 잘 쌓은 은행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은행이 있다”라면서 “충당금은 결국 비용으로 인식이 되지만, 저축은행은 외부 부실에 대한 대응 능력이 적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우려가 더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